왕가위 감독 9년만의 복귀작
격변의시대 무인 '엽문' 다뤄
양조위·장쯔이 수년간 훈련
대역없이 역동적 액션 보여줘

2012년/중국/122분/무협,액션
감독 : 왕가위
출연 : 양조위, 장쯔이, 장첸, 송혜교
개봉일 : 2013년 8월 22일. 12세 관람가.


"쿵푸는 두 단어로 말할 수 있다. 수평과 수직! 최후에 수직으로 서 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때는 중국의 마지막 왕조가 몰락해 혼란과 분쟁이 판을 치던 공화정치 시대. 하지만, '혼란기에는 무술이 꽃을 피운다'는 말처럼 당시는 중국 무술이 활짝 꽃을 피운 황금시대이기도 했다.

그 격정의 시대에 무술로 우뚝 서, 전설적인 무인(武人)으로 기록된 영춘권의 그랜드마스터 '엽문'(양조위)이 있었다.

그리고, 엽문의 곁에는 궁가 64수의 유일한 후계자로 그와 무술로 교감했던 '궁이'(장쯔이)가 있었고, 어떤 고난에도 품위를 잃지 않았던 아내 '장영성'(송혜교)이 있었다.

그들은 격변의 시대에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커다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데….


독보적인 영상미로 '비주얼리스트 거장'이라 불리는 왕가위 감독이 9년만에 내놓은 영화 '일대종사'는 6년에 걸친 기획과 3년간에 걸친 촬영으로 완성한 역작이다.

세계 최고의 무인이자 '일대종사'가 된 엽문을 중심으로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무림 고수들의 삶과 사랑, 인생의 철학과 이치, 그리고 예술로 승화된 무협의 세계를 그렸다.

영화는 왕가위 감독의 명성에 걸맞게 역동적이면서도 정교한 액션을 우아함이 느껴지는 강렬한 비주얼로 담아냈다. 예고편을 통해 이미 화제가 되고 있는 빗속 액션은 영화의 백미 중에 백미라 할 만하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펼쳐지는 양조위와 장첸의 유려한 동작과 빗물 한 방울까지 포착한 절제되면서도 역동적인 정중동(靜中動)의 액션은 감탄을 자아낼 만하다.

양조위와 장쯔이가 무술로서 교감하는 액션 장면 역시 마치 한 편의 예술작품처럼 정교하면서도 우아하다. 장첸의 수려하고 박력 넘치는 액션은 세련된 비장미까지 선사하며 강렬함을 더한다.


왕가위 감독은 영화의 주연을 맡은 양조위와 장쯔이, 장첸 등의 배우들을 실제 무인으로 만들어 낼 만큼 이 영화에 엄청난 열정을 쏟았다.

이들은 촬영 전부터 수년간 무술 훈련을 받아 무인으로 거듭났고, 촬영에서 대역 없이 열연을 펼쳤다.

특히 하이라이트 장면인 빗속 결투 장면을 찍기 위해 양조위는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살인적인 추위 속에서 대역 없이 직접 30일간 매일 밤마다 비를 맞으며 촬영을 진행했다.

매일 젖은 옷을 입고 밤새 찍는 강행군으로 양조위는 기관지염까지 얻었고, 촬영 중 두 번이나 팔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왕가위 감독과 배우들의 이같은 열정은 '일대종사'를 여태까지 보아온 무협 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시켰다.

왕가위 감독 스스로도 "단순한 액션의 연속이 아니라, 단순히 눈을 자극하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 손동작 하나, 발 동작 하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기원을 연구하여 만든 깊이 있는 영화"라고 밝힐 만큼 영화는 깊이가 있다.

/박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