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한달이었습니다. 청천벽력같은 병명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병원으로 들어가신게. 우리는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앉힐 수 없다며 사회부장 자리를 비워놓고 기다렸습니다.

평생을 경인일보에 남아 영원한 '경인일보맨'이 되겠다고 하셨으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 곁으로 돌아올 거라고 굳게 믿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떠나시다니요.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이제는 선배를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편안하고 넉넉한 웃음을 정말로 더는 볼 수 없다는 것이. '헛헛헛'하던 선배의 그 웃음소리를 더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밤이 지새는 줄도 모르고 얘기를 나누던 그 정겨운 자리를 다시는 할 수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겁니다. 환하게 웃던 선배의 그 모습을. 평생 그리워 할 겁니다. 저 의자에 앉아 있던 선배의 모습을. 그리고 평생 아파할 겁니다. 선배에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고 이렇게 보내는 것을.

선배. 지금 돌아보니 선배는 참 많은 것을 남겨 놓으셨네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정을 남겨놓았고, 주변까지 환해지는 그 웃음을 남겨 놓았고,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쏟아부었던 그 마음을 남겨놓았습니다. 기자 선배로서 가장 좋은 기자의 모습을 남겨 놓았고, 세상을 먼저 산 형으로 아낌없이 하던 조언들도 남겨놓으셨습니다.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선배가 남긴 말들을. 늘 다시 읽겠습니다. 선배가 남긴 글들을. 늘 따라하겠습니다. 후배들을 아끼고 사랑해주던 모습을. 하루하루 선배를 그리며 선배처럼 살기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선배 편히 가세요. 이런저런 걱정들일랑 이곳에 훌훌 털고 가세요. 선배가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들은 이미 넘치게 하셨습니다. 선배에게 아무것도 해 드리지 못한 아픈 마음을 돌려, 이제 선배의 빈 자리를 채우겠습니다. 선배 없는 세상이 조금은 더 팍팍하고 힘들겠지만, 선배를 그리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동안 미안했고, 고마웠습니다. 하늘나라 가시더라도 우리 잊지 마시고, 가끔 꿈속으로라도 못난 후배들 만나러 오세요. 술 한잔 하며 그리운 이야기 나눌 수 있게 해 주세요. 저는 벌써부터 선배가 보고싶습니다.

2013년 8월 26일. 선배를 보내며. 후배 박상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