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제 양념 새우젓, 감칠맛 더해
잘 익은 무김치 곁들이면 '황홀'
변치않는 맛 골수 단골 수두룩
매일 손님 대접할 상 미리 맛봐


가난했던 시절, 시장통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사골 국물에 순대를 수북이 얹어 팔던 순댓국은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해줬던 서민음식이었다.

이렇게 서민과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순댓국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민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요리의 변천사를 겪으며 맛과 모양도 다양해졌지만 구수한 국물과 쫄깃한 돼지고기, 속이 꽉찬 순대의 조합은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다.

의정부시 의정부2동에 자리한 '남원순대국'은 30여년 전통을 자랑하는 의정부 토박이 순댓국 집이다.

식당의 외관만 봐도 한눈에 세월을 짐작할 수 있다. 그 흔한 프랜차이즈나 TV 맛집소개 광고 하나 없이 단출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위엄이 느껴지는 식당이다.

이 집 단골들은 "이 집의 순댓국을 한번 맛보게 되면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식당 개업 때부터 지금까지 이곳 순댓국만을 고집하는 '골수 단골'도 수두룩하다.

식당 주인 이기수(67)씨에게 비결을 묻자 "별다른 것은 없고 굳이 비결이라고 하면 변하지 않는 맛"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30년을 한결같은 맛을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를 없앤 순댓국과 맛깔스럽게 양념된 새우젓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여기에 잘익은 무김치, 겉절이 김치가 곁들여지면 순댓국의 맛은 한층 더 훌륭해진다.


순댓국에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로 양념한 새우젓과 구수한 들깨를 넣어 맛을 내는 것도 이씨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종업원의 실수는 허허 웃어넘기는 소탈한 성격이지만 음식 맛 하나만큼은 까탈스럽기로 소문난 이씨가 매일 같이 빼놓지 않는 일이 있다.

종업원에게 식당 한편에 오늘 손님에게 내어갈 음식상을 차리게 한 뒤 직접 맛을 보는 일이다. 순댓국의 달인인 그는 "멀리서 순댓국의 향만 맡아도 그 맛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손님에 대한 마음 씀씀이도 남다르다. 손님이 먹고 나간 상을 살펴 식성과 취향을 파악한 뒤 다음에 올 때 그 손님에게 맞춘 식단을 내가는 것이다. 이러니 단골이 늘 수밖에 없다.

그에게서 맛의 비법을 전수받으러 먼길을 마다않고 찾아와 읍소한 사람도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그의 문하생 중에는 지금은 성공해 유명 순댓국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다.

오늘날까지 순댓국의 명맥이 이어져 온 것은 변화 속에서도 전통을 고수해 온 이씨와 같은 장인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격 7천원.

의정부/최재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