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박성현기자
줄서기·눈치보기 급급
공천권자 입장 우선시
헌금·이권개입 폐해도
중앙정치 논리로 황폐화

기초단체장·기초의원
민주는 폐지 가닥 불구
새누리선 찬반논란 일어
선거법 개정 진통 예상


지방자치제가 뿌리내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정당공천제가 꼽히고는 한다. 정당공천제 폐지론자들은 기초단위 선거의 정당공천제가 성숙한 지방자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 정당공천제 폐해 심각

=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의 판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당공천제 폐지론자들이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이다.

각 정당의 공천을 받은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중앙정치권의 대리전을 치르는 '용병'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많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있을 법한 '국정안정론'과 '정권심판론' 등 여·야 대결이 지방선거에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지역 공약보다는 각자 자신이 속한 정당의 입장을 강조하게 된다. 유권자들도 지역 현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후보보다 해당 후보의 소속 정당에 관심을 더 갖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선거가 끝나면 지역 현안은 그대로 남게 된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정당공천제의 폐해 중 하나다.

최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낸 보고서를 보면 기초단위 선거의 정당공천제 폐해의 심각성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지역구 국회의원 관계 측면, 소속정당 관계 측면, 단체장·지방의원 역할 수행 측면 등 세 가지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

우선 지역구 국회의원 관계 측면에서 정당공천제는 후보자의 줄서기 경쟁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당선된 후보자는 향후 선거에서도 공천을 받기 위해 주민보다는 공천권자를 먼저 고려해 활동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소속정당 관계 측면에서는 후보자 결정과정의 불투명성, 당선 후엔 민원해소를 명분으로 한 각종 이권개입 등의 폐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장·지방의원 역할 측면에서는 본인의 소신보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 소속 정당의 의견을 먼저 받아들이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들 폐해는 지역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금창호 선임연구원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로부터 정당공천제의 폐해와 관련한 설문을 받아 분석해 보면 뒷돈거래, 금품수수, 헌금, 전략공천 갈등 등의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로선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이관희 전 한국헌법학회장도 "기초단체장 공천은 7억원을 내야 가능하고 6억원을 내면 못 받는다는 내용의 '7당 6락'이라는 돈 공천 관련 풍문이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난무했다"면서 "중앙의 정치논리로 황폐화되고 있는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선 하루 빨리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 전망은

=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여·야가 모두 제시한 공약이었다.

민주당은 최근 당내 여론조사 등을 통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내용의 당론을 최종 확정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내용을 선거법에 반영해 내년 지방선거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새누리당에 선거법 개정 협상을 제안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정당공천제 폐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찬반의견이 많다며 한 발 물러서는 형국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이 사라진 첫 번째 선거가 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현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