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가락을 걸고 마주보는 선생님과 제자의 웃음이 푸른 숲만큼이나 싱그럽다. 갈등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생기고, 어렵게라도 지켜진 약속은 굳건한 믿음을 만들어낸다. 얼마나 무겁고도 아름다운 속박인가. 정치인과 국민,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람과 사람. 그 숱한 관계속에 던져진 약속들이 하나하나 실천될 때 우리 사회에도 싱그러운 웃음꽃이 피어날 것이다. 믿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경인일보의 약속지키기는 언제나 진행형이다. /하태황기자
수도권 최고 정론지 안주 않고
독자와 '다짐'으로부터 새출발
잃었던 15년 되찾은 경인일보
창간 68주년 맞아 재도약 공표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흑인이 있었습니다. 성인이 될 즈음, 그는 인간사냥꾼들에게 잡혀 노예로 팔려갑니다.

그렇게 시작한 고난은 그의 딸 그리고 그의 아들, 다시 그 자식의 자식으로 이어지다 200여년이 흘러 8대 손자까지 내려옵니다. 조상들의 슬픈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던 8대 손자는 조상의 흔적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조상이 서부 아프리카 잠비아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어촌 마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손자가 알렉스 헤일리, 그가 쓴 조상들의 이야기가 바로 '뿌리(Roots)'입니다.

알렉스가 이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와의 작은 '약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인종차별로 힘들어 했던 그에게 할머니는 조상들의 뿌리, 즉 가족사를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합니다.

알렉스는 늘 뿌리를 찾아야 하는 당위성을 심어준, 그런 할머니의 확신에 찬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의 말씀은 옳았습니다. 그가 찾은 가족사는 가족사로 그친 게 아니라 미국흑인의 거대한 역사가 되었습니다.

경인일보가 잃어버렸던 15년의 역사를 되찾을 수 있었던 것도 독자와의 '약속'에서 시작됐습니다.

경인일보는 그동안 신문 1면에 '1960년 9월 1일 창간'이라고 적었습니다. 인천신문의 창간연도와 경기신문의 창간일을 애매모호하게 섞은 표기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해방 후 수도권 첫 지역일간지 대중일보와 그 뒤를 잇는 인천신문, 그리고 경기일보 창간정신까지 모두 아우르고 그 통폐합의 아픔까지도 감내하기로 했습니다.

수도권 최고의 정론지에서 글로벌 신문사로 뻗어나가는 경인일보가 작은 뿌리에 안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과감하게 본래의 뿌리를 찾고, 연결된 역사로서 올해 창간 68주년을 세상에 알립니다.

새로운 질서를 정립하고 오늘 마침내 이를 세상에 공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경인일보는 '1945년 9월 1일 창간', 지령 21060호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오늘 창간 68주년을 맞아 경인일보는 '약속,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를 화두로 내걸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작은 질서에서 시작됩니다. 또한 질서를 지키는 것은 '약속'에서 비롯됩니다.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질서는 무너지고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신호등이 빨간불이면 정지해야 하고, 길에서는 침을 뱉지 말아야 하며, 지정된 곳 외에선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하는 것도 하나의 약속입니다.

이런 아주 사소한 작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 신뢰는 금이 가고 질서는 무너집니다. 해방 이후 한 번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은 정치인들이 작은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치와 정치인이 늘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하찮은 작은 약속은 물론 명문화된 약속, 즉 공약조차 지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 때 좋은 세상이 온다고 우리는 확신합니다. 하긴 어디 정치뿐이겠습니까.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사소한 법이라도 지켜야 하고 법을 위반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 것도 하나의 약속입니다.

알렉스 헤일리가 할머니와의 작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의 탄생은 불가능했거나 한참 늦어졌을지 모릅니다.

경인일보 독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우리의 작은 약속, 희망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김화양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