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성옥희기자
결혼 이주민 부당대우
자녀에게까지 확대
'오원춘사건' 조선족 혐오

독일 모국어교육 공들여
사회통합 다양한 정책

지역특화 전담부서 설치등
지자체 자발적 지원 필요


국내 체류외국인 140만명 시대.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다문화사회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이주민 차별 등 그동안 우리들에게 생소했던 문제들이 하나 둘씩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각종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주민들과 전문가들은 나날이 증가하는 외국인들과의 잠재적 갈등을 줄이려면 다른 문화를 폭넓게 포용하고 이를 정책에 현실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 '다문화 중심지' 안산 원곡동 국경없는 거리 풍경.
# 외국인에 대한 이중적 시선

지난해 '강남스타일'로 빌보드차트 2위까지 오른 싸이가 전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면서 싸이와 함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리틀 싸이' 형민우(8) 군도 대중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여러 공연에서 잇따른 출연 부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민우 군이 베트남 출신의 어머니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일부 네티즌들은 갑자기 싸늘한 시선으로 돌변하며 외국인 비하 발언 등 공격의 화살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우리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 동남아 개발도상국과 중국 조선족들이 국내로 밀려오면서 고착화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4월 수원시 지동에서 '오원춘 사건'이 발생하며 조선족에 대한 혐오증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엔 개발도상국에 대한 편견이 한 몫을 담당한다. 지난 2011년 서울대 중앙다문화교육센터가 결혼이주민 10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차별이 있다면 어느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36.6%가 '출신국가'를 꼽았다.

이는 도내 전체 외국인 주민의 75.9%(33만4천659명)가 동남아 개발도상국과 중국 이주민(한국계 포함)인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갈등구조를 증폭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08년 베트남에서 돈을 벌기 위해 온 웅엔바딴(26)씨는 "단지 태어난 나라가 다를 뿐인데 동남아 국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인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는 '제2의 고향'이라고 여기고 있는 한국을 무조건 떠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이런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개발도상국 이주민들과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 '다문화 중심지' 안산 원곡동 국경없는 거리 풍경.
# 외국의 다문화 정책은

이민의 역사가 우리보다 빠른 유럽은 다문화사회를 둘러싼 문제 해결을 위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줄곧 써왔던 이주민 정책이 실패로 귀착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먼저 독일의 다문화정책이 눈에 띈다.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외국인 등록자수가 많다. 이들은 이주민 문화를 배제하지 않고 통합 측면에서 이를 인정해 준다. 더불어 이주민들과의 통합이 국가 미래와 직결된다고 판단하고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모국어 교육에 커다란 공을 들이고 있다. 유치원 때부터 독일어 교육을 실시하면서 사회통합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독일에서 장기 체류 허가를 받은 외국인은 통합강좌(오리엔테이션 강좌 등)를 이수해야 한다. 독일의 대표적 다문화 지역인 노이쾰른의 경우 독일 최초로 2009년부터 이민자를 대상으로 이러한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의무 이수토록 정했다.

하지만 최근 독일 메르켈 총리가 "다문화 사회를 건설하려는 독일의 노력은 완벽히 실패했다"고 말하면서 독일은 다문화 정책을 다시 원점에서 논의중이다.

지난 18세기부터 이민의 역사가 시작된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 이민자수가 2번째로 많은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인종·문화적 다양성을 하나로 융화시키는 동화정책을 고수해 왔다. 명목상 프랑스에 거주하는 사회구성원들은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반대로 인종과 종교적 특성 등을 반영하지 않은 채 평등의 잣대만 강조한 나머지 거꾸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었다.

공립학교에서 이슬람계 이주 여성들이 머리에 히잡(머리스카프)을 못쓰게 한 법을 만든 것도 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 결국 프랑스는 2005년 11월 발생한 아랍계 청소년들의 대규모 폭동사태로 이같은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현재 다문화정책에 혼란을 겪고 있다.

▲ '다문화 중심지' 안산 원곡동 국경없는 거리 풍경.
# 공존의 해법은?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다문화사회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선 현실적인 다문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4월 경기개발연구원 최희순 연구위원이 발표한 '다문화정책, 지자체 주도의 현장맞춤형으로' 자료에 따르면 도내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예산의 70% 이상을 결혼이주자와 그 가족을 지원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실제로 2011년 도내 외국인 지원정책에 할당된 예산은 135억원에 달했지만,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한국어 교육 등 결혼이민자 지원사업에 약 60%(79억원)가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문화정책이 대부분 중앙정부 중심으로 추진되고, 지자체 역시 이를 고유업무로 인식하기보단 중앙정부의 업무를 대신 집행하거나 보조하는 역할로 한정하면서 창의적인 정책을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 위원은 "지자체마다 다문화 정책을 총괄하는 부서를 두고는 있지만 아직도 자체적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관련 정책을 통합·조정하는 기능은 취약하다"며 "지역 특화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선 전담부서 설치를 비롯해 민간단체와 다양한 형태의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