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전지·삼겹살부위 어우러져
20년 원조 '동탄장' 맛 그대로
느끼하지않아 젓가락질 분주
콩나물·김치 '소박한 반찬'


지긋지긋했던 무더위가 끝나고 요즘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어느덧 가을의 길목에 들어섰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을, 천고마비의 계절을 맞아 입맛을 돋울 뭔가 맛있는 음식을 찾게 되는 계절이 다가왔다.

바로 이럴 때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매콤한 양념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돼지두루치기가 제격이 아닐까 싶다.

흔히 맛있는 반찬을 가리켜 '밥도둑'이라고 일컫는다. 반찬이 맛있을수록 평소보다 밥을 많이 먹게 되기 때문이다.

막 지어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밥 한 숟갈에 두루치기 한 점 올려 입에 넣으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감도는 것은 당연한 일. 입맛 없을 때 말만 들어도 군침 돌게 만드는 대표적인 밥도둑이 두루치기다.

화성시 반송동 동탄신도시에 위치한 '신동탄 두루치기'는 20여년전 동탄 두루치기 원조로 꼽히던 '동탄장'의 맛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장 김윤숙(51)씨는 동탄장에서 18년 넘게 일하면서 두루치기 맛을 익혀왔다. 2년전 동탄신도시 개발로 동탄장이 결국 문을 닫으면서 김 사장은 지금의 자리에 직접 가게를 차리기에 이르렀다.

동탄두루치기는 바닥이 넓은 냄비에 돼지고기 목전지와 삼겹살을 알맞게 섞어 고추장과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려 익혀먹는 게 전부다.

이곳 두루치기의 맛은 돼지고기 여러 부위 중 목전지와 삼겹살을 섞어 쓰는 게 맛의 비법 아닌 비법이다.


목전지는 돼지고기의 앞다리와 목에 등심 가까이 있는 경계부분을 말하는데 도톰한 살과 적당한 비계, 두껍지 않은 껍데기가 함께 어우러져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퍽퍽하지 않은 돼지고기의 맛을 내는데 아주 제격이다.

찌개와 달리 거의 국물이 없는데도 부드럽게 씹는 맛이 일품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문한 두루치기가 불판 위에 올려 나오는데 붉은 빛깔로 양념이 잘 돼있는 것이 참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돼지고기가 익어가면서 슬슬 피어 올라오는 구수한 냄새에 기분이 다 좋아진다. 적당히 익힌 고기위에 살짝 데쳐 참기름을 바른 콩나물을 넉넉히 넣고 한번더 볶아내면 고인 침 닦을 겨를없이 젓가락부터 들이밀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넉넉한 양의 고기를 먹고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먹으면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면서 기분까지 좋아진다.

여기에 콩나물무침과 김치·시금치 정도의 소박한 밑반찬은 집에서 먹는 밥상과 같고 함께 나오는 맑은 콩나물국은 두루치기의 칼칼한 맛에 놀란 속을 달래준다.

김 사장은 "사람 입맛이 천차만별이라 어느 한 입맛에 맞출 수 없어 고민을 많이 했다"며 "지난 20년 넘게 이어온 동탄두루치기의 맛을 위해 섞거나 빼지않고 기본에 충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소:화성시 반송동 127의6. (031)8003-6135

/이성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