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교수들이 인천지역 중·고등학교 강단에 섰다. 강의를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인하대 교육기부단 '에듀-에이드(Edu-Aid)' 단장 최순자 화학공학과 교수는 "교육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며 "인천지역 청소년들에게 꿈과 인성을 심어주기 위해 우리 교수들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올 초 인하대 교수 40여명을 모아 교육기부단을 만들었다. 대학이 갖고있는 풍부한 인적·교육자원을 활용해 중·고등학교와 대학의 가교 역할을 하자는 취지였다.
예산과 인력지원 없이 무작정 시작한 일이었다.
최 교수는 "목적도 꿈도 없이 성적에만 맞춰 대학에 와 작은 어려움에도 휘청거리는 몇몇 제자들을 보면서 '이래선 안되겠구나' 생각하게 됐다"며 "청소년 시기부터 뭘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꿈꿔야만 성인이 돼서 '오뚝이'처럼 살아갈 수 있다고 믿게돼 교육기부단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동료 교수들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 1학기 40여개 학교를 다니며 첫 교육기부에 나섰다. 교수들은 공부하는 방법보다는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서 가르쳤고, 지식보다는 인성이 중요하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교수와 연구자의 길로 접어들기 전 1970년대 후반 4년 남짓 고등학교 교사생활을 한 것은 최 교수에겐 큰 경험이었다.
청소년과 대학생을 모두 가르쳐본 경험이 있어 '중간다리' 역할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2학기에는 50여개 학교에서 교육기부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학교는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패키지 교육은 갖춰졌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본다"며 "공부하는 이유를 청소년때 스스로 깨우치지 못한 채 대학에 온다면 너무 늦는다고 생각한다.
'성적'으로만 학생의 그릇을 얘기하는 현 교육과 달리, 학교밖 세상의 그릇이 얼마나 큰지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친분이 있는 공과계열의 교수들을 중심으로 교육기부단을 구성했지만, 인문계열 교수들도 참여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더 나아가 인천대학교 교수들에게도 교육기부단 참여를 요청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지역의 대학이 지역 청소년에게 해야할 당연한 임무라는 게 최 교수의 생각이다.
최 교수는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한 마음을 갖고 사는 게 인생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학생들이 기계처럼 공부하고 일할 것이 아니라면 일찍부터 하고싶은 일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