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쓰는 사무실 '꾸준히 성장'

한달에 250유로 '저렴한 이용료'
중개사이트 통해 조건 없이 임차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활용 가능

■지식까지 함께하며 '상부상조'

하루 200~250명 젊은 일꾼 이용
창조적 프로젝트 실행 취지 설립
전문가 워크숍·교육프로그램도


공유경제의 범주 안에는 많은 유형의 사업모델이 있다.

집안의 빈 공간을 공유하는 미국의 '에어비앤비'나 텃밭을 공유하는 영국의 '랜드셰어' 등 장소를 공유하는 사업이 있는가 하면,책이나 옷, 장난감 등 개인이 가진 유휴물품을 공유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지식과 경험, 지혜를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위즈돔'에서는 모임을 개설해 지혜를 전수·공유하도록 중개하고 있다.

모임을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나만의 노하우나 경험을 정리해 위즈돔 웹사이트에 게시하면 일정기간 신청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태스크래빗은 DIY가구 조립이나 애완동물 조련, 집청소, 장보기 등 다양한 생활서비스 인력을 중개한다.

다양한 사업의 형태만큼 많은 지역에서 공유경제는 성장하고 있다.

▲ 베타하우스 전경.
지금은 우리나라를 비롯 아시아에서도 점차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는 서구에서 활발하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독일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도 공유경제에 있어 차별성을 가진다.

독일사회의 중요 가치인 시민 자치가 경제뿐 아니라 정치·복지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경제 역시 자연스럽게 공유경제가 활성화된 것이다. 공유경제 사업 모델의 모범이 되는 독일의 베타하우스를 방문했다.

6층 건물 곳곳에 각국의 젊은이들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일에 열중하고 있다. 칸막이 없이 넓게 트인 사무실에는 드문드문 테이블이 놓여있고, 혼자서 혹은 팀별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다.

테이블 없이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는 이도 있다. 사무실 한 쪽에는 빈 공중전화박스가 있다. 전화로 업무를 볼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전화박스에 들어가 조용히 통화를 한다.

하루 200~250명의 젊은 일꾼들이 이용하는 이곳은 공간과 지식을 공유하는 협력공간 '베타하우스(betahaus)'다.

베타하우스 공동대표 막스밀리언이 직접 각 공간을 안내했다. 지난 2009년 공유사무실인 베타하우스와 이를 중개하는 사이트 '데스크 워티드'를 설립한 카스텔 푀르츠와 함께 이곳의 대표를 맡고 있다.

작업공간을 임대하고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창조적 프로젝트를 실행한다는 취지로 이곳을 일구었다. 첫 해에는 3층 사무공간만 사용하던 것이, 지금은 6층 건물 전체로 확장됐다.

1층은 카페로 꾸며 이용자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방문객을 만나는 장소로 쓰고 있다. 2층 '오픈디자인시티'라는 공간에서는 포스터 디자인에서 공장 디자인까지 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워크숍이 진행된다.

5개월 전부터는 기업의 후원을 받아 3D프린팅 관련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3~4층의 사무공간 '코워킹 스페이스'는 10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다.

▲ 베타하우스 내부 모습.
일하는 사람의 필요에 따라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베타하우스를 통해 필요한 인재를 영입할 수도 있다.

사무실 한 쪽에 걸린 게시판에는 자신의 작업을 도와 줄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는 게시물이 빼곡히 붙어있다. 교육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독일어를 가르치기도 하고 재봉교육을 받으러 오는 이도 있다. 대학교육을 못 받은 사람 중에 전문 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도 이곳에 오고, 예술교육을 원하는 사람도 이곳을 찾는다. 교육프로그램 중 절반 정도가 문화예술 분야다.

8개월 전부터 베타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레미 캐뇰은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를 관리하거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서의 업무를 모두 이곳에서 처리한다.

그는 "베타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시내에서는 사무실을 구할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임차료가 비싼데, 이곳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30~50개의 공동체가 이곳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데,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과 사귈 기회도 많고,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전문지식을 쌓을 수도 있어서 많은 이들이 이곳을 이용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베타하우스의 사무공간을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한 달에 250유로로, 한화로는 36만원 정도다.

1인당 비용이 아니라 책상 하나를 빌려 쓰는 비용이니 서너 명이 팀을 이뤄 함께 사용하면 훨씬 저렴하다. 중개사이트를 통해 공간을 임차할 수 있으며, 특별한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배려하고 에티켓을 지키면 된다. 5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이용자의 요청사항을 처리하고, 10명의 도우미가 자체 진행하는 25개 프로그램의 진행을 돕는다.

▲ 오픈디자인시티 모습.
설립한 지 5년 만에 바르셀로나, 소피아, 함부르크 등 다른 도시에 베타하우스가 추가로 설립됐다. 이름은 똑같이 사용하지만, 주인은 모두 다르다. 독점하지 않는 것이다.

막시밀리언 대표는 지난 5년동안 매출이 매년 2배씩 늘었다고 밝혔다. 아직 큰 수입을 얻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베타하우스는 카페 운영과 사무공간 임대, 워크숍 등을 통해 돈을 번다.

이 돈의 대부분은 공간 정비나 프로그램 개발에 재투자한다. 일하는 환경이 점점 개선되니 이용자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이용하려는 사람도 많아진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종사분야도 다양해진다.

개인사업자와 프리랜서, 예술가, 그래픽디자이너, 사진작가, 건축가가 한 장소에서 일을 한다. 이들은 서로 교류하며 더 창조적이고 가치있는 일을 찾는다.

이런 선순환은 더 많은 공유사무실을 창출해 냈다. 베타하우스의 중개사이트 데스크워티드에 따르면 세계 공유사무실은 2010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89% 늘어나 미국에 780여곳, 독일에 230곳, 영국에 150여곳이 있다.

최근에는 남미와 아프리카에도 공유사무실이 생기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130여곳으로 가장 많고, 우리나라에도 5곳이 운영되고 있다.

막스밀리언 대표는 "베타하우스 같은 협력공간이 급증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꼭 필요한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가고, 공유 체제가 잘 작동하도록 운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