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산호수공원
"아줌마, 빨리빨리", "왜 이렇게 느린거야."

외국인들이 '매운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한국문화'를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가 또 하나 있다. 바로 '빨리빨리 문화'다.

컵라면 표지에 '뜨거운 물을 붓고 3분이면 오케이'라고 써있는 데도 우리는 3분이 되기 전에 이미 뚜껑을 열고 라면을 휘젓고 닫는다.

그리고 다시 30초도 안 돼 뚜껑을 열고 바로 먹는다. 또 엘리베이터를 타면 5초 뒤에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데도 우리는 굳이 닫힘 버튼을 누른다.

물론 '빨리빨리 문화'로 인한 신속성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빠르다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극단적인 비유이지만 5분 빨리 가려다 세상을 먼저 떠나는 경우가 있고,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우리네 속담도 있다. 우리 어르신들도 빠름보다는 느림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 안산호수공원에 위치한 '꽃풍의 언덕'
빠름의 편리함도 좋지만 느림에는 여유로움이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느림의 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느림의 미학,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물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도심 속 공간, 바로 호수공원이다.

호수공원 한 쪽에 돗자리를 깔고 나란히 앉아 맑은 하늘과 자연을 즐기는 연인들, 인라인을 타는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을 지켜보는 엄마·아빠들, 운동을 하는 노인 등 호수공원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대부분의 호수공원에는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가족·연인과 함께 천천히 거니는 것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운정호수공원 조감도
최근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원천저수지와 신대저수지가 한데 어우러지며 새로운 명물로 재 탄생한 수원 광교신도시내 광교호수공원과 국화꽃 등 가을 꽃이 만개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내는 동양 최대 규모의 인공호수가 있는 일산호수공원이 있다.

특히 일산호수공원에서는 오는 13일까지 가을 꽃 축제가 함께 열리고 있어 아이들에게 자연의 신비로움과 꽃의 아름다움을 선물해 주는 것도 좋을 듯싶다.

또 광활한 코스모스밭과 테라스를 가득 메운 사계절 꽃이 울긋불긋 잘 어우러져 있는 파주시의 숨은 명소 운정호수공원과 가을철 코스모스가 유명한 꽃풍의 언덕이 있는 안산의 대표적 쉼터 안산호수공원 등도 인기다.

이번 주말 장거리 가을여행을 계획하지 못했다면, 가족·연인과 함께 멀지 않은 도심 속 호수공원에서 눈의 피로 해소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느림의 미학을 만끽해 보자.

/임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