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박성현기자
직원 1만명·연매출 7500만달러 '큰 덩치'
회생 가능성 낮은 파산기업 투자 돈벌이
건강·노인·주거·어린이·고용창출 지원
최고 전문가 협력… 수익은 '사회 재투자'


공유경제는 불황기의 자본주의와 넘쳐나는 재화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진자와 갖지 못한자의 접점에서 성장하고 있다. 공유경제가 싹튼지 길어야 10년, 국내에서는 이제 갓 돌을 지난 시점에서 눈여겨볼 것이 있다.

바로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1970년 유럽, 미국 등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과 함께 이윤을 추구한다. 공유경제 관련 업체 중 다수가 각종 사회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과 닮았다.

숙소를 공유하는 에어비앤비 등의 기업은 호텔 등의 숙박 건축 비용을 아끼고 건축으로 인한 공해도 줄인다.

집카 등의 자동차 공유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대기오염의 발생률을 낮춘다. 물건을 공유하는 것도 한정된 자원을 아낄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다.

베타하우스의 사무공간과 인력 공유는 인적자원의 효율적 배치를 돕는다.

공유경제에 앞서 출현한 사회적 기업도 그동안의 경제 체제가 양산한, 혹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치료한다. 형님뻘되는 사회적 기업의 모범 사례들은 앞으로 공유경제가 성장하는 데 길잡이가 될 수 있다.

▲ '장 자우레 병원' 내부 모습. /공동기획취재단 제공
영국에는 5만~6만개의 사회적 기업이 있고, 전체 고용의 5%를 담당한다. 이밖에도 유럽 미국에는 국경을 넘어선 사회적 기업이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잡지를 제작, 판매해 노숙인들의 재활을 지원하는 '빅이슈', 가전제품을 재활용하는 '앙비', 저개발국의 치료제 개발, 판매를 담당하는 '원월드헬스' 등은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프랑스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인 '그룹SOS'는 의료, 주택, 고용 등에 걸친 문어발 사업을 일삼는다. 회생 가능성이 극히 적어보이는 파산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유별난 기업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환영받고 있으며, 똑소리 나는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파트너십을 요청하며 이들의 성공비결을 배우고 싶어한다.

1984년 설립된 '그룹SOS'는 정규직원 1만명, 연매출 7천500만 달러(약 805억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유럽 최초의 사회적 기업으로 전세계 20여개국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돈벌이에 몰두한 거대 기업 부럽지 않을 덩치이건만, 경영철학은 참으로 낭만적이다. '가난과 소외를 퇴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낭만적인 경영철학은 30년동안 흔들림 없이 확고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구축한 전문성은 사회적 주요 이슈와 단단하게 연결돼있다.

그룹SOS의 사업 영역은 '건강' '노인' '주거' '어린이' '일자리 창출' 등 크게 5가지로 구분된다.

각 분야의 기업 네트워크를 형성, 빈곤층과 소외계층에 교육, 주거, 의료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신생 사회적 기업이나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지원한다.

관련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총괄디렉터로 배치되고, 전문 경영시스템이 구축돼 투자 자원이 종료되어도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발전시킨다.

파리 북동쪽, 19지구의 빈민가에 자리한 '장 자우레 병원(Hospital JEAN JAURES)'은 지난 2009년 그룹SOS의 투자를 받은 후 고질적인 적자를 해결하고 회생했다.

이전에는 외과와 신장전문 병원이었지만 투자를 받으면서 소외계층을 위한 병원이 됐다. 지금은 예산 전액을 정부가 지원해 비자발급이 어려운 외국인이나 극빈층 환자들이 무료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 SOS가 운영하는 카페. /공동기획취재단 제공
극심한 영양결핍 환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영양사를 특별 고용하고 있다. 환자 중 50%가 극빈층의 노인(75세 이상)이고, 20%가 외국인 환자라 문화적 차이와 언어소통이 문제가 됐다. 이런 어려움은 개인 봉사자들이 돕는다.

독거노인 환자의 식사나 문화 활동에 동행하거나 통역사를 자처한다. 기업 차원의 지원도 활발하다. 한 패션·미용전문 기업은 미용봉사를 통해 환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선물했고, 병원에 도서관을 지어준 기업도 있었다.

이 병원의 총괄 디렉터 벤자민 비에통(Benjamin Bieton)은 "'국적, 소득, 성별 등 어떠한 차등도 없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열려있는 수준높은 병원'으로 어떤 환자도 차등없이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음"이 병원 운영철학이라고 밝혔다. 그룹SOS의 경영 철학을 이어받은 것이다. 이런 병원이 7곳 더 운영되고 있다.

파리 10구 자유광장에 그룹SOS가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150개의 병실을 운영하는 병원에 투자하고, 주택 수십채를 보유, 극빈층 노인이나 미혼모에게 거주공간을 제공하고, 청소년 범죄자 교육에 힘쓰는 기업이 카페에 투자하다니, CEO가 커피 마니아라도 되는걸까 싶지만, 이 카페의 총 고용인원은 무려 100명이다.

이 중 절반은 취업 또는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로, 이곳에서 최장 2년동안 훈련과정을 통해 정식 취업을 준비한다. 이곳에서 일을 하려면 전문 자격증이나 학위를 소지하고 있지 않아야 한다.

장기 실직자이거나 노인, 여성, 건강상의 문제나 전과 이력이 있으면 유리하다. 철저하게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자리다. 나머지 일반 고용자 50명이 이들에게 직업교육을 전수한다.

카페 총괄 디렉터 밥 티스트 오덩(Batiste Odin)은 "자유광장의 카페 공간은 시 관할지역으로, 입찰 경쟁률이 높았지만 그룹SOS를 신뢰하는 파리시의 배려로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처럼 신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룹SOS의 기업문화와 함께 실직자나 노인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전문가 네트워크를 지닌 그룹 SOS의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 = 민정주기자

위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