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과 예산문제에 관해 언급하던 중 잠시 생각을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존 베이너 하원의장에게 전화도 걸어 연방정부 적자감축 방안에 대해 공화당과 협상할 의사가 있지만 이는 새 회계연도 예산안이 통과돼 셧다운 위기가 끝나고 부채한도 증액안이 처리돼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제거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AP=연합뉴스

미국 상원 여야 지도부가 14일(현지시간) 예산안 및 부채 한도 증액안에 거의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의회 민주당 및 공화당 지도부와 백악관에서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협상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이를 연기했다.

정치권의 예산 전쟁으로 연방정부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된지 14일째이고 국가 채무 한도가 상한에 달하는 시한을 사흘 앞둔 가운데 극적인 타협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회동하고 나서 협상 타결을 낙관했다.

리드 대표는 양당 상원의원들에게 "이번 주 안에 합리적인 합의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점에 매우 낙관적"이라고 소개했고 매코널 대표도 "양당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리드 대표의 낙관론에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이들은 오후 상원 전체회의에서도 협상 타결이 머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리드 대표는 매코널 대표와 다른 상원의원이 자리한 가운데 연단에 올라 "우리는 대단한 진전을 이뤘다"며 "아직 목적지에 닿지 않았고 더 인내해야하겠지만 행운과 여러분의 지원이 도와준다면 아마도 내일(15일)은 좋은 날(bright day)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코널 대표 역시 미소 띤 얼굴로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아주 좋은 하루였다"며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더 진전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었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오바마 대통령의 협상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미국 정치권의 이목은 상원 리드 대표와 매코널 대표에게 쏠려 있는 상황이다.

두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만나 이견을 좁히기 위한 협상을 벌였다.

리드 대표는 매코널 대표에게 셧다운에 들어간 정부의 문을 일단 12월 하순까지 열 수 있게 하고 국가 부채 한도는 내년 하반기까지 올려주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화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 가운데 핵심 재원인 의료 장비에 대한 과세를 늦추거나 오바마케어 수혜자의 소득 증명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코널 대표는 존 매케인(애리조나), 수전 콜린스(메인),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마크 커크(일리노이) 상원의원 등 공화당 중진 의원들과 이를 수용할지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두 대표에게 협상에 필요한 시간을 더 주기 위해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됐던 의회 지도부와의 백악관 회동을 늦췄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리드·매코널 대표를 포함해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날 예정이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상원 지도부의 협상에서 중요한 진척이 이뤄지고 있고 이들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해 회동을 연기했다"고 설명하면서 회동이 언제로 늦춰졌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상원 쪽에서 뭔가 진전이 있는 것 같다. (백악관 회동 때까지) 합의 정신을 잘 살려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화당이 당파적인 관심사를 옆으로 밀어놓지 않는다면 미국은 디폴트에 처할 공산이 크다"며 "공화당만 협조하면 당장 오늘이라도 교착 상태를 끝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차례 미국 정치권이 데드라인이 임박해서야 임시방편의 합의점을 찾았듯이 이번에도 양측의 체면을 살려주는 선에서 타협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 정치권이 결국에는 한시적으로 예산을 현 수준에서 배정해 정부의 문을 다시 열고 채무 상한도 일시적으로 올려 국가 부도 사태를 막는 미봉책을 마련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로저 위커(공화·미시시피) 상원의원은 이날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오늘 오후쯤에는 뭔가 의미 있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공화당과 민주당간의 공감대(스위트 스폿)이 있다"고 말했다.

맥스 보커스(민주·몬태나) 상원의원도 "부품이 완전히 조립될 때까지는 완성품이 아니다. 그렇지만 데드라인까지는 조립이 끝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상원이 협상 타결에 성공해 예산안과 부채 한도 증액안을 통과시키면 공은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으로 넘어간다.

리드·매코널 대표가 합의점을 도출하더라도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인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과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 감축,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 삭감) 해결 방안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하원에서 예산안과 부채 상한 증액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원 공화당은 15일 오전 9시 의원 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