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착희망 난민을 수정키로 한 한국정부의 결정은 아시아에선 아주 새로운 개념으로, 난민법에 그 의미를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획기적인 진보라고 할 수 있다."

더크 헤베커(51)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대표는 한국의 재정착희망 난민 수용과 관련, "한국은 재정착 요구나 그 필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조만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한국정부의 계획에 의해 재정착희망 난민을 받아들이는 정책이 차분하게 진행될 것인 만큼 (물론 한국정부에 물어보는게 더 바람직하겠지만) UNHCR는 조언하고 권고하면서 기다릴 것이다"고 덧붙였다.

헤베커 대표는 UNHCR가 가장 희망하는 것은 "영구적으로 난민문제가 이 지구상에서 해결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난민은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로 이동, 정착한 뒤 다시 본국으로 귀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가장 좋다는 그는 브룬디 내전으로 탄자니아로 삶의 터전을 옮긴 뒤 브룬디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을 돌봐주는 것, 또는 고향인 브룬디로 가지 못하는 이들을 탄자니아에 정착하거나 제3국에서 재정착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 가장 큰 임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도 난민을 수용하기 위한 정치사회적인 제반여건이나 선결돼야 할 일들이 많아 쉽지만은 않다"며 "미국이나 프랑스 등의 사례를 많이 배우고 난민법을 온전하게 시행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게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재정착희망 난민을 수용하려는 한국은 그동안 경제발전으로 국제사회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난민인권과 관련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있어선 여전히 갈길이 멀다.

한국의 노동력이 상당부분 외국노동자로 채워지는 부분이 있지만, 본국으로 귀환 혹은 다른 국가로 가지 못하는 재정착난민을 받아서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은, 의미는 있지만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헤베커 대표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한국이 재정착난민을 받아들일 시기에 대해선 "일본도 갑작스럽게 받아들인 측면이 있지만 아주 빠르게 적응한 경우다. 하지만 각 국가들은 재정착 준비가 잘 됐는지와는 상관없이 돕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난민이 200만명가량 발생하자 브라질도 경험이 전무하지만 난민을 받아들였듯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공유하는 것이란 입장을 취했다.

헤베커 대표는 "경제대국인 한국과 미국 등이 난민수용 문제를 부담해 온 것보다 파키스탄 등 가난한 국가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난민은 부자나라보다는 가난한 나라가 오히려 더 많이 수용,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지난 7월 한국 난민법 시행과 관련, "한국정부는 지난 1992년 난민협약에 참여한 뒤 2000년대 들어 공식적으로 난민을 받기 시작했다"며 "이민법의 한 조항으로 운영되다 별도로 난민법으로 제정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난민법 제정을 위한 입법과정에서 변호사와 난민단체 등 다양한 전문가 그룹이 참여했고, UNHCR가 난민법에 국제기준에 맞는 조항을 포함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해 한국 난민법을 국제적 표준에 부합되게 디자인하는데 기여했다고 그는 자부했다.

헤베커 대표는 "지난 4일 유엔난민기구 집행이사회 의장국이 된 한국은 앞으로 유엔난민기구 운영을 위해 50여개국과 긴밀한 협조속에 활동을 총괄하게 된다"며 그 역할에 기대를 표했다.

그는 세계는 심각한 도전과제에 당면하고 있다고 직언한다. 시리아와 말리·콩고·미얀마·남부수단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실향사태와 재정난 악화에 직면해 있고, 이중 시리아의 경우 필요한 예산의 49%만 모금된 상황이어서 내년도 (운영이)쉽지 않으리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한국이 집행이사회 의장국의 역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음식을 먹기 전엔 그 맛을 모른다'는 격언을 인용한 헤베커 대표는 한국에 난민법이 도입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1년 후 더욱 많은 얘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는 현재로선 난민셸터, 난민지원시설 등 난민을 지원키 위한 근거를 명확히 하고, 난민업무 담당 직원의 교육과 연계 자원활용 등 난민관련 역량을 강화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헤베커 대표는 영종도 난민지원센터를 둘러싼 찬반 논란과 관련, "정부와 민간 투자자들이 영종도 발전을 위해 포괄적인 그랜드 디자인을 그리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그 우려를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했다.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