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 대 말리의 경기. 역전골을 성공한 손흥민이 하트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의 복병' 말리와의 평가전에서 대승을 거둔 홍명보(44) 축구대표팀 감독이 왼쪽 날개에서 포지션이 겹치는 '손세이셔널' 손흥민(레버쿠젠)과 '박지성의 후계자' 김보경(카디프시티)을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5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말리와의 평가전에서 1-1 상황에서 후반 1분 손흥민의 역전 결승골과 후반 12분 김보경의 쐐기골이 잇달아 터지며 3-1 역전승을 거뒀다.

홍명보호(號) 출범 이후 치른 여덟 차례 A매치에서 처음 맛본 역전승이어서 선수들의 기쁨은 더 컸다.

특히 손흥민과 김보경의 골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터트린 득점 가운데 손에 꼽을 정도로 공격진 간 호흡이 제대로 맞아들어간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역전 결승골은 기성용(선덜랜드)-이청용(볼턴)-손흥민으로 이어지는 짧고 빠른 삼각패스가 빛났고, 쐐기골은 페널티지역에서 보여준 이청용의 과감한 돌파와 볼을 이어받은 김보경의 뛰어난 결정력이 눈길을 끌었다.

손흥민은 소속팀인 레버쿠젠에서 왼쪽 날개로 활약하지만 김보경은 소속팀인 카디프시티에서 현재 섀도 스트라이커로 주로 뛴다.

김보경은 앞서 조광래호와 최강희호에서는 왼쪽 날개로 뛰면서 '박지성의 후계자'라는 칭호를 들었다가 카디프시티 이적 이후 보직을 바꿨다.

손흥민 역시 최강희호 시절에는 대표팀에서 투톱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기도 하는 등 두 선수 모두 멀티플레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홍 감독의 고민이 시작된다.

▲ 15일 천안 서북구 백석동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과 말리의 경기에서 김보경을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구자철이 사실상 섀도 스트라이커로 낙점된 상황에서 손흥민과 김보경은 홍명보호에서 왼쪽 날개로 분류돼 포지션이 겹친다.

이 때문에 홍 감독은 12일 브라질전에 김보경을 왼쪽 날개로 먼저 투입했고, 이번 말리전에선 손흥민을 선발로 선택했다.

브라질전에서는 두 선수 모두 공격포인트를 따내지 못했지만, 말리전에서는 둘 다 골을 터트려 승리의 견인차 구실을 톡톡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 감독의 생각은 손흥민보다 김보경이 선발 자원으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이는 홍 감독의 '제로톱 전술'과도 맞닿는다.

홍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 전술은 최전방 4명의 공격수가 유기적으로 자리를 바꿔가며 골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손흥민은 뛰어난 결정력이 장점이지만 김보경은 상대 수비진을 흔들면서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드리블이 일품이다.

이 때문에 홍 감독은 브라질전처럼 손흥민을 백업 자원으로 놓고 경기 상황에 따라 투입한 뒤 김보경을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로 이동하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흥민과 김보경의 활약이 누구보다 반가운 게 홍 감독이지만 대표팀 운영의 모토로 내세운 '원팀(One Team)'의 원칙을 앞세워 말을 아끼고 있다.

홍 감독은 말리전 역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손흥민에 대해 "지금 가진 재능이나 컨디션은 어떤 선수 못지않게 좋다"면서도 "하지만 팀이 한 선수에만 집중되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특정 선수에게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면 자칫 팀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판단이다.

홍 감독이 "브라질과의 경기 때는 손흥민보다 김보경의 역할이 더 뛰어날 것으로 판단했고 실제 경기에서 증명됐다"고 말한 것도 손흥민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분산하기 위한 배려다. 그러나 두 선수의 치열한 포지션 경쟁을 지켜보는 홍 감독의 마음은 뿌듯할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