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중구 해안동에 위치한 인천아트플랫폼 전경. 2009년 개관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입주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입주작가들은 이 곳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인천의 다양한 모습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인천시 중구에 위치한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연중 전시회가 열린다. 현재는 '한일 영화홍보전단 비교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그리고 전시회와는 별도로 수십명의 입주작가들이 인천아트플랫폼에 마련한 공간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맞은편에 한국근대문학관이 최근 개관했다. 지난 14일과 15일 두 곳을 찾았다.

모두 개항기 건물을 리모델링해 활용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매년 입주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인천문화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으며, 인천근대문학관은 개항도시 인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근대'시기 만을 다룬 국내 최초의 문학관이다.

# 소통과 교류의 공간, 아트플랫폼

인천아트플랫폼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시각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온 레지던시 입주작가들은 인천에 머무르면서 자신들이 접한 인천을 그들만의 시각으로 재창조하고 있다.

이퐁 작가는 백령도의 점박이 물범을 소재로 한 동화책 '백령도 점박이 물범 두올이'를 지난 8월 펴냈다.

집필을 위해 백령도 현지 주민들을 만나고, 여러 지역을 답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이 작가는 인천아트플랫폼에 대해 "인천에서 학교를 나왔지만, 인천의 개항장거리에 대해선 잘 몰랐던 것이 사실이다"며 "입주작가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고, 글을 쓰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인천아트플랫폼이 위치한 개항장 일대를 두고 "100여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쌓인 여러 층의 단면들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개항기 사람들을 소재로 한 책을 구상하고 있다.

신태수 작가는 서해5도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입주작가로 활동하면서 백령도와 소청도, 대청도를 그리기도 했던 신 작가는 올해 연평도와 소연평도를 그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경상북도 의성이 고향인 그는 "내륙지방에서 생활하다 보면 바다에 대한 동경이 있다"며 "인천에 와서 백령도 등 서해5도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됐고, 분쟁지역이기도 한 서해5도를 기록하고 싶은 생각에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리금홍 작가는 인천과 서울지역의 결혼이주여성을 만나고 있다.

그는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지원책은 많이 있지만, 정작 그들의 생활을 직접 들여다보는 작업은 많이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그들이 생활하면서 겪는 일상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한다"고 했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들은 이 곳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소통'과 '교류'를 꼽았다.

신태수 작가는 "인천 아트플랫폼은 소통과 열정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올 상반기 진행한 백령도 평화미술 프로젝트의 사례를 들며 "다른 지역 레지던시는 쉽게 접근하기 힘든 프로젝트였다"며 "아트플랫폼에서는 지역의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고 이를 프로젝트로 발현할 수 있는 조건이 좋다"고 말했다.

이퐁 작가는 "여러 분야의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며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지역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타 지역의 레지던시보다 그 경쟁률이 높다. 시각미술 입주 작가를 선정할 때는 20대 1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우선 다른 레지던시와 달리 도심에 있고, 지하철로 서울을 쉽게 오갈 수 있는 장점이 크다.

그리고 인천아트플랫폼이 개항장 거리에 위치한 것도 이곳이 작가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 중 하나다. 근대 개항기 건축문화유산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작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인천아트플랫폼 이승미 관장은 "인천아트플랫폼의 위치가 개항장에 있어 역사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마련한 프로그램들은 자연스럽게 작가들로 하여금 인천이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작가들은 이 곳에서 다양한 자극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이 곳을 떠난 이후에도 인천을 소재로 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 한국근대문학관 전경. 인천아트플랫폼 맞은 편에 위치해 있으며 1890년대부터 1948년까지의 문학작품을 다루고 있다. /임순석기자
# 인문학 플랫폼, 근대문학관

인천아트플랫폼이 작가들을 이 지역에 머무르게 하면서 다양한 인천의 모습들을 발현시키고 있다면, 최근 개관한 '한국근대문학관'은 근대문학을 매개체로 인천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한국근대문학관 이현식 관장은 "1883년 개항은 외세에 의한 강제 개항의 성격이 강했고, '수동적인 개방'이었다"며 "이어 일제식민지의 아픔을 겪었고, 분단의 아픔도 겪었다.

개항장은 이같은 과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며 이러한 아픔을 겪으면서 근대문학은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현식 관장은 이어 "이같은 문화적 콘텐츠를 통해 이제는 우리 손으로 '제2의 개항'을 하려고 한다"며 "영화, 드라마, 만화 등 한국문화, 나아가 한류의 원류가 한국근대문학이다.

한국근대문학관은 아트플랫폼과 함께 인문학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들어 나가는 '북플랫폼' 또는 '휴먼(인문학)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며 설립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근대문학관을 설계한 황순우 건축가는 "근대문학관은 인문학 플랫폼이다"며 "인문학이란 도시의 정체성과 나아갈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며, 과거의 자취들을 간직하면서 현 시대의 것들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이 건물의 설계는 보존이 아니라 재창조에 초점을 맞췄다. 이것이 한국근대문학관의 지향점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근대문학관은 인근 지역에 주택을 매입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해외작가나 국내 유명작가를 초빙해 이곳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강연 등으로 시민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관장은 "입주작가들이 이곳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인천을 배경으로 한 좋은 작품이 나온다면 그 자체로 가치가 클 것이다"고 했다.

# 개항의 역사가 문화콘텐츠로

인천아트플랫폼과 인천근대문학관은 모두 100년 가까이 된 기존의 건축물을 재창조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인천뿐 아니라 전국의 작가들이 이 곳에서 창작활동을 벌인다.

인천 시민과 관광객들은 이곳에 와서 개항이후 최근까지 '인천의 기억'을 되짚어볼 수 있다. 이같은 구도심의 문화시설은 이곳을 찾는 이들이 '인천의 정체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인천문화재단 손동혁 본부장은 "인천아트플랫폼이 인천문화의 앵커시설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각예술 중심인 아트플랫폼과 더불어 한국근대문학관의 개관은 이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풍성하게 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트플랫폼 개관 이후 침체돼 있던 구도심 지역인 이곳 일대에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지고 있고, 현재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고 강조했다.

▲ 신태수 작가가 그린 백령도 콩돌해변.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시가 중구 해안동의 개항기 근대 건축물과 인근 건물을 매입해 조성한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으며,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시각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연구자들이 창작과 연구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옛 일본우선주식회사(등록문화재 제248호)를 비롯한 근대 개항기 건축물 등을 리모델링했으며, 창작스튜디오·공방·자료관·교육관·전시장·공연장 등 총 13개 동이 조성돼 있다.

♣ 한국근대문학관은

'근대'를 다루는 국내 최초의 문학관이다. 1890년대부터 1948년까지 한국근대문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1층 상설 전시실에서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터치스크린·동영상·노래 등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통해 전시하고 있다.

2층엔 인천의 근대문학을 주제로 한 전시실과 근대대중문화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한국근대문학관 건물은 1892년에서 1941년 사이 지어진 공장 건물 4개동을 이어 하나의 건물로 리모델링했다.

글 = 정운·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