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단중심 형성된 지구촌 다양한 문화 주택가까지 스며들어
상점·식당·예배소… 논현동 원룸촌 '외국인 기숙사' 분포
석남동 거북시장 유명·이슬람계, 옥련동 일대에 터전
송도등 경제자유구역 거주 외국인 지역공동체와 융화 노력
인천 속에는 세계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주변만 둘러봐도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들을 접할 수 있다.
그들은 인천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다양한 문화를 싹 틔우고 있다. 인천은 기회의 땅이 됐고, 그들은 기회를 잡기 위해 인천에 발을 내디뎠다.
인천 속 외국인들은 인천의 변화와 그 궤를 같이했다. 경인일보는 인천 각지에 자리잡은 외국인들의 삶을 쫓아가 봤다.
이들은 라마단 등 종교와 관련된 기간에는 대규모로 모여 야외에서 기도를 한다. 이 기간에 인근 고깃집 주차장에서는 수백명의 이슬람인들이 단체로 예배를 보는 진풍경도 목격할 수 있다.
중고차수출단지 이슬람 공동체는 끈끈한 '정'을 자랑한다. 지난 9월에는 카자흐스탄에서 암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은 A(22·여)씨의 수술비 650만원을 자체적으로 모금해 지원하기도 했다.
이들은 인천 구성원으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추석과 설에는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후원품을 전달한다.
이들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키르기스스탄 출신 쉐르자드 자키로브(35)씨는 "인천은 공항과 항구가 가까워 사업을 하기가 굉장히 편리해 많은 바이어들이 모였고, 자연스럽게 공동체가 만들어졌다"며 "인천의 일원으로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많은 일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평 이슬람 사원'은 2004년에 건립됐고, '알후다 이슬람 사원'은 2009년에 세워졌다. 부평에 이슬람 사원이 있는 이유는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천부평경찰서 외사계 권태형 외사관은 "'부평 이슬람 사원'은 백운역과 부평삼거리역이 인접해 있고, '알후다 이슬람 사원'은 동암역이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며 "교통이 좋기 때문에 인천은 물론 경기도 공장에서 근무하는 많은 외국인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도국제도시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곳곳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자리를 잡았다.
연세대 국제캠퍼스, 한국뉴욕주립대 등이 들어서면서 외국인 교수나 강사 수가 늘었고, 삼성바이오 등 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 외국계 항공사 직원들, 채드윅국제학교와 달튼외국인학교 교사들도 송도·청라·영종에 둥지를 틀었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송도에 1천95명, 영종에 750명, 청라에 181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의 최근 '핫플레이스'는 송도국제도시 커낼워크와 센트럴공원이다. 이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고 교류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외국인자문위원회(Foreign Advisory Board)를 중심으로 공동체가 형성됐다.
이들이 정보 공유를 위해 만든 '위키스페이스',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면 소래포구축제 등의 정보를 공유하며 각 행사에 적극 참여하려는 열기를 엿볼 수 있다. 이들은 경찰관을 대상으로 외국어 교육을 하는 등 봉사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최근 인천지방경찰청에서 영어교육 봉사활동 등의 공로로 표창을 받은 솔로몬 디아즈(Soleiman Dias) 자문위원회 회장은 "점점 더 많은 외국인들이 경제자유구역에 자리를 잡으면서 위원회 위원 숫자도 증가했다"며 "인천은 이미 국제도시다"고 말했다.
인천시 중구 북성동 일대 차이나타운에는 3천700명이 넘는 중국인이 주로 요식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
1883년 인천항 개항과 함께 인천시 중구 외국인 조계지를 중심으로 거주하기 시작한 외국인 가운데 화교만 남았다. 인천 중구청이 단계적으로 차이나타운을 조성하면서 이곳에 가면 마치 중국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인천 화교협회 손덕균 외무부회장은 "이곳에서 태어난 화교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해 (화교) 수가 많이 줄었다"면서 "그래도 신 화교(중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이민 오는 사람)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550 일대 원룸촌에서는 특이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원룸촌 곳곳에 자리잡은 음식점과 상점 간판에는 베트남 수도 호찌민의 전 이름인 'Saigong'이나 'Vietnam' 등이 적혀 있다. 원룸촌 주차장에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자리잡았다.
남동인더스파크와 인접한 원룸촌이 외국인 근로자들의 기숙사 구실을 하면서 이 같은 풍경이 나타나게 됐다.
베트남인들이 음식점에서 자주 찾는 메뉴는 한국의 매운탕과 비슷한 '라오'다.
친언니와 함께 음식점 'Saigon Quan'을 운영하는 트란 티아이(27)씨는 "베트남에서 오신 분들이 많이 계셔서 이곳에 음식점을 열게 됐다"며 "베트남 사람도 많이 찾지만 한국 사람들도 쌀국수나 만두를 먹으러 많이 온다"고 말했다.
1만2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남동인더스파크 외국인 근로자들의 배후단지가 이곳 뿐은 아니다. 연수구 선학동과 청학동 등에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살고 있다. 수인선이 개통하면서 다른 지역 산단의 외국인 근로자들도 원룸촌을 찾아 인천에 자리잡고 있다.
산단 내에는 예배소와 각종 상점도 생겼다. 남동인더스파크 45블록 상가 2층에는 넓은 예배실이 있다.
인도네시아인 40여명이 이슬람 예배를 보기 위해 돈을 모아 빌린 곳이다. 외국인들은 각 국가별로 모여 산업단지 내에 예배실을 꾸려 나가고 있다고 한다.

지난 27일 오후 7시께 찾아간 인천시 서구 석남동 거북시장 일대에서도 외국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상점 간판에는 'World Mart', 'Halal Food' 등이 적혀 있다. 'World Mart'는 필리핀 현지에서 수입한 식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2009년부터 가게를 운영해 온 이경국(57)씨는 "하루에만 30명 정도의 필리핀인이 이곳을 방문한다"며 "주말에는 자신들이 직접 요리한 필리핀 전통 음식을 들고 생일을 축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거북시장 일대는 외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발 노점상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우리나라에 거주한 지 9년이 됐다는 마리아 프렌즈(35·여)씨는 "5년 전 부천에서 생활할 때는 주변에 고향(필리핀) 친구들이 없어 너무 외로웠다"며 "이곳은 가까운 곳에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것 같아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일대에서 이슬람계 외국인을 만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이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음식점도 연수구 옥련동, 동춘동 등 여러 곳에 있다. '
투르키스탄'은 이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대표적 음식점. 투르키스탄 주변에는 예배소 등의 역할을 하는 건물도 있어 이곳 주변으로 많은 이슬람계 외국인들이 몰리고 있다.
이곳 주변으로 중앙아시아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아라베스크', 요르단·리비아·이집트 출신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알라딘' 등 음식점도 들어섰다. 연수동에는 파키스탄 외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세븐웨이즈'가 있다.
글 = 홍현기·김주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