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보다 30년 늦은 90년대 정착
삶의질 높아지면서 국민 욕구 커져
교양·문화영역서 환경·노동 확대
자치단체 118곳 학습도시 조성사업
다문화가정 위한 프로그램도 속속
'100세 시대 배움에 나이는 없다'.
평생교육은 우리가 일반 학교에서 배우는 정규 교육과정, 학교를 졸업한 이후 나이에 상관없이 교육받고 스스로 학습하는 사회교육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이런 평생교육 개념이 도입돼, 사회복지 체계와 결합된 시스템으로 정책에 반영돼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들어서야 평생교육이란 개념에 관심을 갖게 됐고, 최근에는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다양한 종류의 평생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등학교까지 정규 교육과정만 마치면 취업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했던, 우리의 과거 현실에선 이런 평생교육은 사치나 다름없었다.
나이들어 공부한다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회 통념도 한국에서 평생교육이 자리잡을 수 없었던 이유중 하나였다.
그러나 경제 성장과 함께 사회복지와 건강 등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평생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커지고 있다.
# 평생교육이란
평생교육(Life education)이란 용어는 1965년 2월 유네스코 국제회의에서 프랑스 학자 폴 랑그랑(Paul Lengrand)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후 1970년 교육 발전에 관한 국제위원회가 모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평생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3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처음 개최한 평생교육 발전을 위한 세미나에서 평생교육의 개념과 원리가 처음으로 소개된 이래, 1980년에 개정된 헌법에서 평생교육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을 제고시켰다.
문민정부시대인 1995년 5월 대통령자문기구인 교육개혁위원회가 '열린교육사회, 평생학습사회 기반 조성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을 내놓음으로써 교육부에 공식적으로 평생교육국이 설치된다. 1990년대 들어서야 정부 차원에서 평생교육에 관심을 갖고 이를 실현할 조직을 설치한 것이다.
# 평생교육, 어떤 것들이 있나
우리나라 평생교육법에서 정한 평생교육의 영역은 학력보완교육, 성인기초·문자해독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으로 나뉘어 있다.
학력보완교육 차원의 평생교육은 방송통신대나 방송통신고에서 학점은행제 시스템으로 진행되는 교육 과정을 말한다.
비싼 등록금을 들여 정규 대학에 갈 필요가 없이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시간에 맞춰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평생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이런 기초적인 부분에는 글을 모르는 노인들을 위한 한글 교육 등도 포함될 수 있다.
인문·문화예술교육의 경우 동네 주민자치센터나 구청에서 정기적으로 하는 강좌가 대부분으로,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도구로 사용된다.
요즘에는 이런 강좌가 환경, 소비자, 노동, 보건, 국제이해 교육 등으로까지 확대돼 학력과 연령 제한 없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화하고 있다.
# 평생교육의 진화
우리나라에선 2013년 9월 기준으로 총 227개 자치단체 중 118곳이 평생학습도시 조성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각 자치단체가 정부 지원을 받아 평생교육과 관련한 인프라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광역·기초자치단체를 가리지 않고 평생교육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부산 연제구의 경우 일반 교회시설이나 복지관, 교육청 소속 도서관 등 8곳을 평생학습관으로 지정해 모두 19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노인들을 위한 제과제빵 기술교육을 비롯해 청소년들의 견학 프로그램인 생태탐험대, 주부들에게 알찬 정보를 가르쳐 주는 엄마학교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대전시 유성구는 재능기부 형태의 평생학습 지원사업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유성구가 진행하고 있는 학습나눔뱅크사업은 지역에 있는 기업을 비롯한 각 민간단체와 기관들이 소외계층 어린이들에게 과외 형식의 학습지도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와 함께 지역에 있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있는 실험도구, 교보재 등을 필요한 곳에 지원해 주는 학습망성장뱅크 사업도 참신한 평생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 다문화가정으로 확대되는 평생교육
우리나라 평생교육 시스템이 정착 단계에 이르면서 이제는 정부가 다문화가정을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 인구는 약 140만명으로, 이 중 4만7천여명이 정규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생 신분이다.
그러나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부모가 기초적인 한글이나 상식들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정규 교육을 받아도 잘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다문화가정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교육 방식도 가족캠프나 현장실습 등 기존의 딱딱한 방식을 탈피해 웃고 즐기면서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직업 기술교육에서부터 보이스 피싱 예방법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인천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평생교육은 이제 학교 교육의 보완 역할을 넘어 독립된 교육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그 영역과 종류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