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 양곤 외곽지역 산업공단 주변에 형성된 난민촌의 도시난민 어린이들이 열악한 환경속에서 운영되는 유치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도시 빈민촌 내에는 유치원이나 학교 등 교육시설이 턱 없이 부족해 이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그나마 행복한 편에 속한다. /임열수기자
산업화에 이농 가속화 도시난민촌 양산
극심한 빈부격차 시민들 불만 폭발 직전
정부 경제개방 조치 투자등 변화 움직임


미얀마는 경제 난민 국가다. 빈부격차가 너무 커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기 일초전이다. 지난 1962년 네 윈(Gen, Ne Win) 장군이 쿠데타로 집권한 뒤 미얀마는 50여년간 군사독재와 부정부패 등으로 신음해 왔다.

군부에 동조하는 세력들은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해 온 반면 이에 반하는 시민들은 절대적인 빈곤에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극빈국인 미얀마는 1인당 GDP(IMF통계)가 지난 2007년 350달러에 이어 5년이 지난 2011년 476달러에 그칠 정도로 가난한 나라다.

테인 세인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의 개혁개방정책 시행으로 지난 2012년 1인당 GDP가 전년에 비해 2배 가까운 854달러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끼니를 제대로 이어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경제시스템은 사실상 붕괴직전이다.

게다가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든 농민들은 공장·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이주했고, 공장주변에 판자 등으로 무허가 집을 짓고 '新도시 난민촌'을 형성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부실한 국가행정망으로 도시·공장 노동자의 신생아에게 주민등록조차 제대로 해 주지 않아 무국적자만 무더기로 양산하고 있다.

■ 오토바이가 없는 양곤, 자유를 꿈꾸다

=미얀마 수도인 양곤서 찾아볼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양곤에는 벤츠와 도요타 등 전세계 유명 자동차 브랜드는 도로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없는 것은 베트남 등 동남 아시아 국가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다.

서민들의 발 역할을 하는 오토바이가 왜 양곤에만 없는 걸까? 오토바이의 기동력을 이용한 대학생 등 반정부 세력의 게릴라식 민주화 데모를 원천 봉쇄키 위한 정부의 조치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1988년에 이어 2007년, 대학생 등 시민들의 계속된 민주화 투쟁을 무력으로 진압한 뒤 반정부 세력이 양곤으로 진입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때문에 양곤서 오토바이는 '자유' 더 나아가 민주화의 실현을 의미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12년 11월 양곤대학서 "미얀마의 경제재건을 돕겠다"고 천명한 뒤 미국의 경제규제 완화에 이어 EU의 경제해금 조치가 잇따라 내려지면서 전세계 열강들이 앞다퉈 진출 경쟁중이다. 외국투자를 유인키 위해 미얀마정부도 잇따른 외국기업 투자를 보장하는 등 경제자유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같은 성과로 미얀마는 오는 2014년 베트남과 라오스·캄보디아 등 동남아 10여개 국가가 단일 시장으로 통합키로 한 아세안(Aso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의장국으로 추대됐다.

천연자원 채굴권 등을 노린 외국기업들의 미얀마 진출이 쇄도하면서 미얀마 경제재건을 위한 디딤돌이 착실하게 쌓아지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서민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고, 미래를 설계할 정도의 국가경제재건이 확실시 되면 오는 2015년 총선에서 다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노림수가 숨어 있긴 하다. 그러나 미얀마정부 경제개방 조치는 현재까지 사회 다방면에 걸쳐 큰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 산업공단 난민촌내 가정탁아소에서 한 어린이가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 양곤大, 교문을 다시 열다

=양곤은 미얀마 사회가 얼마나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 도시다. 양곤에선 경제개혁개방의 징후를 읽어낼 수 있다.

우선, 폐쇄됐던 대학교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얀마 최고의 지성을 대변하던 '양곤大'는 지난 1988년 민주화 투쟁을 비롯, 독재 군사정부에 저항하던 젊은 이들의 피와 함께 해온 민주화의 성지다.

이 학교의 교문은 지난 25년 동안 학생운동을 두려워 한 군사정부에 의해 자물쇠로 잠겨 강제 폐쇄된 곳이다.

그러나 오바마 스피치 이후 양곤대에 일부 학과가 개설되는 등 학교가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양곤대는 한양대 등 해외 유수의 대학교와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특정 대학과 학생 기숙사 등에 밤에도 불이 켜져 있을 정도로 학교를 떠났던 학생들과 교수들이 돌아오고 있다.

양곤대가 완전하게 재개교한 것은 아니지만 점차적으로 대학에 외국대학과 기업의 연구기금이 유입되는 등 학교개방이 가속화 돼 학교정상화는 시간문제다.

휴대전화 보급률도 높아졌다. 휴대전화와 호텔 등지에서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정보통신의 규제가 상당히 완화됐음을 알 수 있다.

일반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칩(Chip)은 1달러50센트면 살 수 있다. 그러나 군부와 밀접한 특정인들이 칩 공급 유통권을 장악, 일반인들은 좀처럼 구할 수 없다.

블랙마켓에서 이 칩을 150달러를 줘야 구입할 수 있다. 유통경로를 조작한 특정세력들만 큰 돈을 벌게끔 돼 있는 구조로, 미얀마에 성행하는 부정부패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양곤내에서 소위 돈이 되는 모든 상품들에 대해 이 같은 원리가 적용돼 시장구조는 크게 왜곡돼 있는 상태다.

자동차가 불과 몇년만에 크게 늘어나 양곤시내 도로교통이 정체를 빚고 있는 점도 두드러진 현상이다.

소득수준이 낮은 양곤 시민들이 자동차를 소유하기엔 너무 비싼 값임에도 불구, 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시민들의 구매력이 크게 신장되거나 해외서 자본이 대거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다.

미얀마 진출을 노려 온 일본이 최근 노후화된 양곤시내 택시를 저렴한 값에 교체해 준 것 같다는 게 현지사정에 밝은 이들의 전언이다.

양곤 관광객 방문 수의 급격한 증가로 호텔 숙박료가 대거 인상, 국제NGO들이 사실상 내쫓기듯 일반 사무실을 얻어 나가고, 국제공항서 양곤시내로 들어가는 길의 교통정체 해소를 위해 최근 고가도로를 세운 것도 큰 변화를 상징하는 일이다.

▲ 공장 주변에 판자등 무허가로 집을 지은 도시난민촌.
■ 新도시 난민촌 무더기 양산

=미얀마 사회 전역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들로 가득찼다. 군부의 훈련장 혹은 주둔지로 농사짓던 곳을 빼앗기거나 특정 기업에 보상조차 받지 못한 채 집터나 전답을 내어주고 고향을 떠난 난민들이 많다.

이들은 군사정부의 전제적인 폭정에 생명의 위협을 느껴 항의조차 못하거나 군부에 줄을 댄 외국기업 자본의 칼날에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삶의 터전을 내어줬다는 점에서 모두 난민으로 불릴 수밖에 없다.

미얀마에선 요즘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농촌을 떠나 도시로 나온 사람들은 그 순간부터 도시 난민이 돼 일자리를 찾아 떠돌게 된다.

농산물 유통구조조차 붕괴된 상황에서 가족들이 먹을 농산물 외에 더 농사를 지을 이유가 없다. 태풍 등 각종 자연재해로 농사를 망치게 되면 꼼짝없이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린다.

산골 외진 마을에선 아이들 양육을 위한 필수적인 학교나 병원 등이 개점 휴업 상태여서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유산이 서려 있는 마을을 떠나 도시행 버스에 몸을 실을 수밖에 없다.

양곤서 차량으로 3시간가량 벗어나 산업공단을 찾은 경인일보 취재진은 공장 담벼락에 맞대 짓거나, 빗물이 고여있는 웅덩이·저수지 위에 지은 나무집 수백여채가 길게 늘어서 있는 도시 난민촌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의 소유 땅도 아닌 곳에 무허가로 우후죽순 앞다퉈 세워진 주택들은 바람만 불어도 허물어질 정도로 빈약하다. 난민촌 거주민들도 새로 흘러들어 오는 노동자들에게 잠시 비라도 피할 수 있는 집을 재임대 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무허가 주택 소유자에게 높은 임차료를 주고 살고 있는 거주자들은 그나마 행정당국이 언제 철거에 나설 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도시 난민촌은 공장 이외의 지역인 탓에 전기 공급이 제대로 안돼 가전제품 이용도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도시 난민촌 노동자 집마다 출산제한 정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아이들 출산이 이어지면서 도시 난민 2세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상태다.

난민촌은 상하수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빗물을 받아 먹거나 돈을 주고 물을 배달시켜 마실 정도고, 하수가 웅덩이 등에 배출되면서 썩은 채 장기간 방치되다 장마가 지면 집으로 역류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유치원이나 학교 등 교육시설과 병원조차 없어 아이들은 사실상 거리로 내몰려 방치되고 있다.

이밖에 여성 인신 매매로 인한 인권침해는 비일비재하고,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성매매 등으로 에이즈 보균자만 공식적으로 20만명에 달하지만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은 전무하다시피 해 미얀마 사회가 질병에 신음하고 있다.

미얀마 에이즈퇴치협의회 아 퉁 국장은 "미얀마 사회는 빈곤과 인신 및 성매매, 에이즈 등 각종 질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급속한 사회발전속에 수반되는 각종 사회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NGO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기획취재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