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00㎡ 이상, 2015년 모든 음식점 '금연구역' 지정
인력 등 부족 단속 한계·업소 주변 흡연구역화 부작용
업종별 단속대상 달라 "차별하나" PC방 업주 볼멘소리도
철도역 58곳중 1곳만 흡연실… 공공장소 흡연부스 늘려야

■사례 1 > 애연가 "담배 피는게 죄는 아니지 않나"


직장인 전태신(33·수원시 영통동)씨는 일찍 찾아온 겨울이 야속하기만 하다.

하루에 담배를 2갑 이상 태울 정도로 애연가인 그는 자신이 근무중인 직장이 전면적인 실내금연을 시행함에 따라 수시로 외투를 입고 건물밖 흡연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까지 챙겨야 해 불편함은 두배가 된다.

길거리에서는 이런 불편에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실정이다. 자신이 내뿜는 담배 연기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내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다.

전씨는 "차라리 이럴 바에야 담배를 법적으로 아예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며 "담배를 피우는 게 죄인은 아니지 않냐"고 했다.

■사례 2 > 임산부 "뱃속 아이 악영향 줄까 걱정"

비흡연자인 주부 권연희(35·수원시 우만동)씨는 길거리를 지날때마다 풍기는 담배 연기 때문에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뱃속의 아이에게 혹시나 악영향을 줄까 걱정도 크다.

번화가를 지날때면 건물마다 삼삼오오 모여 피어올리는 연기때문에, 자신이 조심한다 해서 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흡연자들도 조심스러워 하는 눈치이기는 하나, 공기로 퍼져 나가는 담배연기는 불특정 다수를 노리고 있다.

권씨는 "가게는 물론 도시 곳곳에 흡연자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서로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흡연도 공해라는 것을 흡연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 금연구역 확대, 담배꽁초 나도는 길거리

=단계적 금연구역 확대에 따라 전면 실내금연이 보편화 됐다. 또 이에 대한 규제와 단속도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최근 150㎡ 이상 음식점과 주점, PC방 등에 대해 전면 금연을 시행하며 이에 대한 단속에 돌입했다. 내년 1월부터는 100㎡ 이상 음식점 등이, 2015년 1월에는 모든 음식점 등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적발시 흡연자에 대해선 10만원의 과태료가, 금연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점주에게는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정도로 규제 사항도 강하다.

흡연비율을 줄이고, 간접흡연의 폐해를 줄인다는 정부의 취지에 국민들은 대다수 공감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폐해가 발생하면서, 또다른 불만의 요인이 되고 있는 것.

실제 지난 12일 밤, 수원의 인계동 번화가는 이곳저곳이 버려진 담배꽁초 투성이였다. 담배꽁초가 널브러진 곳은 길거리 뿐만이 아니다.

2층 이상의 대형 술집 복도 앞에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나온 사람들 때문에 흡사 매연에 가득찬 도시와도 같았다.

한 업주는 "날씨도 춥고 멀리 나가기도 귀찮으니 가게 앞 복도에 나와 다들 담배를 피운다"며 "실내금연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단속 대상인 업소 금연"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주도 "실내금연으로 1층에 위치한 가게들만 혜택을 보고 있다"며 "길거리는 완전 흡연 자유구역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 금연단속반이 금연구역을 다니며 계도활동을 펼치고 있다.
# 흡연 '나몰라라', 집중단속은 한계

= 정부와 지자체는 실내흡연 등을 강력히 규제한다는 계획이지만 단속인원 부족 등의 이유로 실질적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전면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음식점 등 도내 공중이용시설은 12만2천여개에 달하지만 단속요원은 377명뿐이다.

이중 단속권한이 있는 공무원은 고작 200여명으로, 나머지는 기간제 근로자나 민간단체 회원들이라 단속권한이 없다.

특히 단속시 필요한 PDA장비 또한 없는 보건소(24곳)가 있는 곳(21곳)보다 많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단속시 흡연자 및 업주들과 마찰을 빚기도 해 '담배를 꺼달라'고 말만하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내년부터는 100㎡ 이상의 음식점에다가 PC방까지 단속대상에 포함되는데 이 상태로는 실질적인 단속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흡연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가 처음이다보니 어려움이 많다"며 "그래도 제도 시행 후 음식점 등에서 흡연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업주들도 불만이 많다. PC방 업주는 "업종별로도 금연 시행이 달라 불공평하다"며 "우리같은 영세업자들은 정부 정책에 울고 웃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 한 PC방 종업원이 PC방 내 금연구역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공공장소도 금연구역 논란

= 유동인구가 많은 공공장소는 금연구역의 사각지대다. 별도의 흡연실이 갖춰진 곳이 드물어 간접흡연 폐해에 노출돼 있다. 대표적 장소는 철도역.

현재 전국 58개 주요 철도역 가운데 칸막이로 막은 폐쇄형 흡연실이 마련된 곳은 동대구역(면적 18㎡) 1곳뿐이다.

관련법에 따라 철도역 승강장이나 역사 내부 전 구역이 금연으로 설정돼 있어 각 역사는 역 광장 등을 별도의 흡연구역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거리에 노출돼 있는 흡연구역 탓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행객들은 간접흡연의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이밖에 지자체 공공청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자체들도 실내금연에 따라 청사 외곽에 별도의 흡연장소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으나, 사실상 건물 외곽 모두에서 자연스레 흡연이 이어지면서 비흡연자 민원인들을 간접흡연으로 괴롭히고 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흡연부스를 폭 넓게 설치하는 게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공평하게 배려하는 유일한 대안인 듯 싶다"고 말했다.

/김태성기자
사진/하태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