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베트남 '보트피플' 상륙이래
정부·지자체 30년 걸쳐 시스템 구축
2010년 '재정착 제도' 전격도입 화제
종교단체등 민간시설 초기정착 지원
가족·개인별 관리로 인권보호 '앞장'
아시아 국가에서 처음으로 재정착 희망 난민을 수용한 인권 선진국 일본.
1975년 미국선박에 의해 구조된 베트남 난민(boat People)이 항구에 상륙한 이래 일본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30년에 걸쳐 인도차이나 난민들을 수용한 경험과 교훈을 토대로 난민수용을 위한 제도적 틀을 완비해 왔다.
베트남 난민 유입 초기 적십자사·종교기관 등 민간단체와 자원봉사자가 중심이 돼 임시 숙박시설을 만들던 일본은 1980년대부터 난민수용을 위한 체제정비에 착수했고, 결국 2010년 재정착 희망 난민제도를 최종 도입, 시행하면서 인권 선진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일본정부는 위탁기관으로 1979년 11월 (재)아시아복지교육재단 난민사업본부를 설립한 것을 비롯 난민지원협회 등 민간 난민지원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 한정적으로 인도차이나 난민 정주지원 사업을 시행하며 직면하게 된 각종 문제점을 도출해 개선하는 등 본격적인 제도 운영을 준비해 왔다.
특히 해외 난민들이 일본사회에 순조롭게 통합될 수 있는, 정착지원을 위한 민·관·산 거버넌스 구조는 재정착 희망 난민을 수용키 위한 제도적 준비에 나서야 할 한국정부와 시민사회에 큰 경종을 울릴 정도다.
이에 경인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취재 지원을 받아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 일정으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난민지원기관을 취재, 일본의 난민지원 실태와 향후과제 등을 집중 조명해 한국에 시사하는 바를 제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난민폐쇄국서 수용국으로 거듭난 일본은 지난 2010년 재정착 난민제도를 전격적으로 도입, 세계로부터 주목받았다.
1970년대 말 일본에 상륙한 보트 피플부터 급증하는 최근까지 신청 후 적격 판정을 받은 난민인정자와 재정착 희망 난민들에 대한 체계적인 정착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2012년 재정착 희망 난민이 돌연 입국을 포기함에 따라 난민수용 과정서 도출된 각종 문제점을 즉각 개선해 나가는 등 후속 조치 마련에 나섰다.
특히 난민신청자나 재정착 희망자를 대규모 집단수용시설 대신 다양한 소규모 난민수용시설을 건립, 운용하거나 의료 등 사회복지 시스템을 충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등 난민들의 인권을 최대한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보트 피플, 일본의 난민 30년
=일본에 지난 2012년까지 난민인정을 신청한 수는 2천545명이고, 올해 말까지 난민신청자는 3천여명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는 1979년 국제인권규약에 비준한 뒤 1981년 난민협약 가입 후 발효된 1982년부터 2012년까지 난민인정을 신청한 수는 모두 1만4천299명이다.
이 중 616명만이 난민 인정을 받았고, 1만1천523명은 거부됐다. 이 가운데 인도적 배려에 의해 일본 국내에 체류가 허용된 인원은 2천106명이다.
이 중 1978년부터 인도차이나 난민 수용사업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2005년 말까지 일본에서 정주허가를 받은 인도차이나 난민은 총 1만1천319명이다.
보트 피플로 일본 각 지역의 항만에 상륙한 난민은 3천536명, 해외 난민캠프로부터 입국한 난민은 4천372명, 베트남 사이공 몰락 이전에 입국한 유학생은 742명 등이다.
국적별로는 베트남 8천656명(76%), 캄보디아 1천357명(12%), 라오스 1천306명(12%) 순으로 베트남 출신자가 압도적으로 높다.
난민사업본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2년 3월 31일 기준, 인도차이나 난민 중 일본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총 1천318명으로 베트남 845명, 라오스 169명, 캄보디아 304명이다.
특히 난민인정자는 지난 2000년대 이후 미얀마의 군사정권 상황이 일본 사회에 알려지면서 미얀마 출신의 난민인정 또는 인도적 체류자격이 가장 많다.
=UNHCR가 국제사회의 책임분담 틀로써 1950년대부터 추진해 온 재정착 희망 난민제도는 2008년 여름 일본이 파일럿 사업으로 시행키로 최종 결정, 본격 추진됐다. 재정착 난민에 대한 공적인 정착지원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난민사업본부에 위탁, 실시되고 있다.
일본은 2010~2012년까지 3년간 태국의 메라캠프(Mae La Camp)서 1년에 30명씩 총 90명의 미얀마 재정착 난민(가족 단위)을 받아들였다.
2010년 9월~2013년 11월 현재까지 일본에 입국한 재정착 난민은 총 13가족 53명(제1그룹 5가족 27명, 제2그룹 4가족 18명, 제3그룹 4가족 18명)이다.
이 중 2012년 9월 말 제3그룹으로 입국할 예정이었던 3가족 16명 전원이 출국 직전 취소의사를 표명, 일본에 입국하는 재정착 난민의 수가 처음으로 '0'을 기록했다.
2013년 11월 현재, 제1그룹 5가족은 6개월간의 정착지원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정착지역인 미에현(三重)과 치바현(千葉)으로 이동해 생활하고 있고, 제2그룹 4가족은 사이타마현(埼玉)으로 이동, 6개월간의 직업연수를 이수한 후 정착생활을 시작했다.
일본정부는 2012년 3월 29일 '난민대책연락조정회의 결정'을 통해 재정착난민제도의 파일럿 사업을 오는 2014년까지 2년 연장할 방침을 발표한 뒤 올해 9월 입국한 제3그룹 18명은 6개월의 직업연수를 밟고 있다.
■ 다양한 소규모, 난민 피난지원시설
=재정착 희망 난민과 난민 신청자들은 입국 후에 난민사업본부(RHQ)와 난민지원협회, 그리고 교회 등 종교단체가 각각 보유한 정주지원시설에서 정착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난민사업본부는 재정착 희망 난민 등이 입국한 뒤 초기 정착지원을 위해 6개월간 난민 정주지원시설에서 합숙형태로 정착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수용 인원도 불과 60여명 안팎에 불과하고, 예산은 전액 일본 외무성에서 받아 운용된다. 대규모 합숙시설에서 난민 대상자를 수용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고 있다.
난민인권 침해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난민 신청자나 난민인정 혹은 불인정자들은 난민지원협회나 교회 등 종교시설이 마련한 정주지원시설에서 가족이나 개인 등의 단위별로 입소해 임차료를 내고 거주한다.
난민지원협회는 JELA(Japan Evangaelical Lutheran Association)가 마련해 놓은 정주시설 2곳에 불법 체류로 판정된 난민신청자들을 추천, 입소시킨 후 직접 관리하고 있다.
각 기관들은 거주지 및 직업 등을 구하지 못한 난민신청 혹은 인정자, 재정착 희망 난민들의 자립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임차료를 전액 대신 내주는 방식으로 정주시설을 운영해 난민들의 인권을 최소한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본어 교육 등 재정착에 필요한 생활지원 활동을 민간 난민지원단체들이 전담, 정부에서 공식적인 지원금을 받지 않고 활약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일본국제사회사업단(ISSJ·International Social Service Japan)의 미이코 이시카와(Mieko Ishikawa) 난민 담당 활동가는 "일본의 기본적인 사회복지의료 제도상엔 난민 등 외국인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언어와 문화·정체성에서 크게 차이가 나 현 정부의 복지서비스가 전달되는 과정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일본내 정주하는 난민과 외국인들이 의료 등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기획취재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