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소속 경찰관들이 지난 8일 경찰청에서 열린 '감동 치안 Festival' 최우수상 수상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양호 수사팀장은 오른쪽에서 세 번째.
인천경찰 김양호 수사팀장 아이디어
감동치안 경진대회서 최우수 수상
줄기찬 설득 끝에 업체와 협약 체결
실종아동 등 다양 분야 활용 바라


'탈주범 이대우'의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으로 세상이 떠들썩할 당시 전국의 거의 모든 PC방 컴퓨터 메인 화면에 이대우 긴급수배를 알리는 팝업창이 떴다.

이 곳을 클릭하면 다름아닌 인천경찰청의 공식 블로그로 이동해 이대우에 대한 자세한 신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떻게 된 사연일까.

인천경찰청이 최근 전국 경찰을 대상으로 실시된 고객만족 경진대회인 '감동 치안 Festival'에서 큰 상을 받았다.

전국 16개 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제출한 우수사례 548건 가운데 본선(심사대상 10건)에 오른 것도 모자라, 대상 바로 다음인 '최우수상'까지 수상한 것이다.

주인공은 인천경찰청 대표로 나섰던 사이버수사대 김양호(49) 수사팀장이다. 그의 첫 소감은 "사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였다.

김 팀장은 올 상반기 박근혜 새 정부가 강조한 '4대 사회악'(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근절 활동을 그가 소속된 사이버수사대 쪽에 적용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 왔다.

그러던 와중에 청소년의 PC방 이용률이 80% 이상 된다는 통계치를 우연히 접한 김 팀장은 '이거다!' 싶었다.

전국의 PC방은 약 1만7천800곳, PC방 컴퓨터 숫자는 120만대에 달한다. 미디어웹, 에이씨티소프트, 리더스소프트 등 3개 업체가 전국 PC방의 약 98%를 관리하고 있다. "무작정 연락도 안 하고 업체들을 찾아갔어요. 제가 생각해도 좀 무모했죠. 경찰이 느닷없이 여기는 왜 왔냐는 식이더라고요."(웃음)

김 팀장은 업체를 찾아가 PC방 컴퓨터 메인화면에 4대악 범죄나 아동 음란물 근절을 위한 홍보 팝업창을 띄울 수 있게 해 달라고 줄기차게 설득했다. 물론 처음에는 "사장님이 자리에 안 계시다", "즐겁게 게임하러 왔는데 경찰 마크가 딱 뜨면…"이라는 부정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하지만 "PC방은 범인들의 은신처가 되기도 하고 청소년 게임중독을 부추기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지 않느냐며 경찰과 같이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해보자"는 김 팀장의 설득에 지난 5월 인천경찰청과 업체 3곳이 상호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는 결과물이 나오게 됐다. 이번 수상의 밑거름이 되는 뜻깊은 자리였다.

김 팀장은 올해 20년 경력으로 특히 기획·인지수사 쪽에서 잔뼈가 굵은 경찰관이다. 그가 2007년부터 수사팀장으로 몸담아 온 사이버수사대는 그간 2천억원대 바카라 도박사이트 일당 검거나 대형 백화점 개인정보 2천만건 유출 등 굵직한 사건들을 잇따라 해결하며 특별 승급자 3명을 배출하는 등 막강한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다.

"본선에 오른 것만으로도 개인적인 큰 영광인데, 수상까지 해 인천경찰청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기쁩니다. 청소년 상대 범죄 등 4대 사회악 범죄 예방을 비롯해 실종아동 찾기나 강력사범 수배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됐으면 합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