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타투' 중심 다양한 공연 인기
아비뇽, 1천여 그룹 '연극예술의 진수'
애들레이드, 1년 내내 크고 작은 행사
#에든버러 축제(Edinburgh Festival)/ 영국
축제가 막 시작된 에든버러의 시가지는 지역주민과 전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 공연팀, 축제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영국 북부의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유럽 도시들이 그렇듯,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으로 온 도시가 연결돼 있다.
각 골목의 작은 카페마다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이 축제 홍보책자를 펼쳐두고 올해의 기대작이 공연되는 날짜와 장소를 메모하고 있었고, 보행로에는 사람과 유모차, 자전거가 쉴 새 없이 오갔다.
가끔 그들 사이로 특이한 복장을 한 공연팀이 지나가기라도 하면,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8월의 에든버러는 그야말로 도시 자체가 축제의 무대였다.
인구 50만명의 에든버러에는 연간 1천300만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영국에서 런던 다음으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시기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열리는 8~9월이다.
8월초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약 한달동안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diburgh International Festival·EDIF)을 비롯해 영화, 도서, 인터넷, 휴먼 등 다양한 주제로 소규모 페스티벌이 진행된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시작되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클래식 음악, 연극, 오페라, 무용, 시각 예술 작품들이 에든버러 시내의 6개 메인 극장과 콘서트홀, 그리고 곳곳에 흩어져있는 각종 간이무대에서 온종일 다양하게 펼쳐진다.
올해는 EDIF에 백남준아트센터가 초대돼 에든버러대학 탤봇라이스갤러리에서 '백남준의 주파수로:스코틀랜드 외전(Transmitted Live:Nam June Paik Resounds)'을 선보이기도 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고 척박해진 유럽의 인간성을 일깨우고자 1947년 시작됐다.
그래서인지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단연 인기있는 프로그램은 '밀리터리 타투(Military Tattoo)다.
스코틀랜드 군 의장대의 사열과 행진을 공연화 한 밀리터리타투는 축제기간 중 일요일을 제외하고 에든버러 성 앞에 설치된 8천700명을 수용하는 야외공연장에서 매일 밤 공연된다.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공연단이 1시간 반동안 공연을 펼친다. 올해는 우리나라 국방부 전통악대와 무용단이 한 팀을 이뤄 '봄의 소리'를 주제로 전통취타대의 소리에 맞춰 모듬북, 진도북춤, 검무, 사자춤 등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뉴질랜드 군악대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깜짝 연주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프린지페스티벌은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끼지 못한 8개 작은 극단이 거리에서 공연을 시작한 것이 시초가 됐다.
현재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는 한달여동안 2천개가 넘는 공연팀이 참가해 3만회가 넘는 공연을 벌이고 있다.
이들 참가를 원하는 팀은 축제측에 신청을 하면 참가할 수 있고 별도의 심사과정은 없다. 오직 관객이 그들을 심사한다.
역시 1947년 시작된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은 연극이 주종목이다. 매년 7월 프랑스의 중서부 아비뇽에서 20여일동안 열리는 이 축제에는 1천여개의 아티스트 그룹이 몰려든다.
축제는 크게 공식(In)과 비공식(Off) 초청작들로 구성된다. 공식초청작은 축제측이나 프랑스 또는 문화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 초청된 공연으로 지정된 장소에서 공연된다.
IN페스티벌 초청작은 사회적 담론이 담긴 작품이 주로 선정되며, 아직 무대에 오른 적이 없는 작품을 주로 선보인다.
OFF공연은 작품을 알리고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공연 단체가 자원해 아비뇽 성 안팎에서 공연을 한다. 아비뇽 페스티벌의 가장 큰 장점은 장르를 단일화 해 연극예술의 진수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또한 연극장이 있어서 가장 활발한 마켓 기능을 담당한다. 그래서 공연예술계 종사자나 애호가들의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
호주 남쪽 도시 애들레이드는 일년 내내 축제가 벌어지는 도시다. 오죽하면 자동차 번호판에 축제의 도시라는 의미의 'Festival State'를 써놓았을까.
1960년부터 2년에 한번씩 열리는 애들레이드 페스티벌은 조용하고 한적한 남호주의 도시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꿔놓았다. 1960년 애들레이드에는 모텔이 딱 하나 있었고, 펍(Pub)은 오후 6시에 영업을 끝냈다.
태곳적 생태계의 비밀을 간직한 평화롭고 조용한 호주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장소였다. 그러나 축제가 시작된 후 50년이 지난 지금 1년 내내 끊이지 않고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애들레이드 페스티벌은 남호주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잡으며 '페스티벌 시티'로의 변화를 이끌었다. 애들레이드 페스티벌에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서커스 팀 300개 이상이 참여한다.
서커스가 대표 종목이지만 프린지페스티벌의 명성 또한 에든버러나 아비뇽에 뒤지지 않는다. 공연축제와 함께 세계3대 문학축제가 열리고, 야외에서는 밴드공연과 디제잉 페스티벌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복합적으로 진행된다.
위에 소개된 것들 외에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축제는 지구촌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전쟁의 상흔을 없애기 위해, 지역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해 또는 그밖의 여러가지 이유들로 축제는 생겨난다. 그러나 성공한 축제에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축제연구소 유경숙 소장은 "성공한 축제들은 정부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물밑에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긴 시간 전문가의 컨설팅이 뒷받침 됐으며, 무엇보다도 좋은 콘텐츠가 스스로 모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우리나라도 한 명의 기획자가 선별한 공연을 전시형태로 보여주기보다 축제를 위한 판을 구축하기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 =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