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현재, 시민,
정체성을 담은
'50번의 목요일'
참석자 = 목동훈 차장, 김명래, 정운, 김성호, 홍현기기자


지난해 여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인천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봤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인천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서부, 황해에 접해 있는 광역시. 서울의 외항(外港)으로, 해산물·흑연·금속·기계류 따위를 수출한다. 명승지로 월미도, 작약도, 송도 해수욕장 따위가 유명하다'.

인천의 현 모습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시민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인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인천의 정체성을 주제로 기획시리즈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중, 그해 12월 경인일보 편집국에서 새해 기획물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다.

2013년은 인천이라는 이름을 얻은 지 600년, 인천항이 개항된 지 130주년이 되는 해. 이 회의에선 지명 600년, 개항 130년을 맞아 인천의 정체성에 관한 연중기획물을 진행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경인일보 2013년 1월 10일자 1면에 '이름600·개항130 인천을 본다' 첫 기사(프롤로그)가 실렸다. 이렇게 시작된 연중기획 기사는 12월 12일까지 매주 목요일자에 어김없이 게재됐다. 독자와 매주 목요일에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약 50회 분량이다.

연중기획은 크게 '키워드로 본 인천', '근대도시가 열리다', '제2의 개항 꿈꾸다'로 구성됐다.

이름 600년과 개항 130년에 맞춰 구성한 것으로, '인천을 본다'는 제목처럼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인천 모습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인천시민들이 애향심과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제2의 개항 꿈꾸다'를 연중기획의 한 부분으로 넣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연중기획의 출발은 인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었다. 10대의 시선, 문학, 향우회, 개항장 문화 등 여러 소재를 통해 인천의 정체성을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려고 했다.

역사책 내용을 그대로 베끼지 않고 쉽고 현장감 있게 쓰려고 노력했다. 물론 아쉽고 부족한 부분도 많다.

책으로 묶어도 몇 권이 될 소재를 1~3개 지면으로 소화하려다 보니 깊숙이 들어가지 못한 듯하다. 노동운동, 종교, 근대교육, 평화도시 등을 다루지 못한 점도 있다.

연중기획을 마치면서 취재에 참여한 기자들의 방담(放談)을 통해 뒷이야기와 의미 등을 소개한다. 경인일보 인천본사 기자 10여명이 취재에 참여했으나, 다른 취재 일정 때문에 방담에는 모두 참석하지 못했다.


■ 김명래

=인천이라는 도시를 공부하는 데 필요한 키워드는 다 들어간 거 같습니다. 경인일보 기자에게도 인천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인천시가 올 한 해 정명 600년 기념 행사를 진행했는데, 독자들이 '인천은 어떤 도시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기획이었다고 자평해 봅니다.

■ 김성호

='10대의 시선' 기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인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거든요. 방학 기간이라서 취재기자가 아이들을 섭외하는 데 고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과서' 기사도 좋았는데 70년대, 80년대, 90년대 교과서에 인천이 어떻게 소개됐는지를 비교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인천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 같습니다.


■ 홍현기

=인천국제공항에 가서 외국인들에게 인천에 대해 물었습니다. 상당수가 인천을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키워드로 본 인천' 첫 기사부터 부정적으로 쓰고 싶지 않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옮기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 정운

='포구와 어시장'을 취재하려고 소래포구를 찾아가 상인들과 어민들을 만났습니다. 운이 좋게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산 어민을 만났습니다.

이 분을 통해 소래포구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황해도에서 태어나 한국전쟁때 인천으로 피란을 온 이 분의 삶이 인천의 역사와 다름없었습니다. 제가 쓴 기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홍현기

=소래포구는 매우 중요한 인천의 브랜드인 거 같습니다. 지방에 사는 지인 중에 소래포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더라구요. 하지만 꽃게나 새우젓 사러 가는 곳으로만 인식되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 김명래

='문학' 편을 취재할 때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각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지면에 소개할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노동문학을 하는 '쇳물처럼' 저자 정화진씨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일산까지 찾아갔습니다.

밤 10시부터 1시간 동안 막걸리를 마시면서 여러 얘기를 나눴는데, 한참 뒤 그 분이 "근데 당신은 뭔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나를 찾아왔냐"고 묻더라구요.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기사에는 한 줄 정도 들어갔습니다.



■ 김성호

='부평'이 과거에 꽤 넓었던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취재를 위해 부평문화원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도 옛 부평 전체를 다루지 못하고 있더라구요. 과거에는 '부평사람' '인천사람'이라고 불렀다고 하던데, 지금은 그런 게 없는 것 같았습니다.

■ 목동훈

=대중문화에 인천이 어떻게 비치느냐도 매우 중요한 거 같습니다. 인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등이 인천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거든요.

하지만 가난한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 조직폭력배가 활동하는 도시 등 인천이 부정적으로 비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 이미지 형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 김명래

='향우회' 편을 취재하면서 '370만명의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인천시 인구가 230만명인데, 향후회 회원 수를 모두 합하면 370만명이 되더라구요. 알아 보니까 배우자 중 한 명이 특정 지역 사람이면 아내나 남편은 물론 자녀들까지 회원으로 가입시킬 수 있는 향우회가 있었습니다. 반면 강원향우회는 무조건 강원도에서 태어난 사람만 회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 홍현기

='외국 도시 네트워크' 편에서 외국인 인터뷰를 담당했습니다. 샤론 코헨 버뱅크시 공공도서관 서비스 디렉터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했는데, 그 분이 "버뱅크시장이랑 인터뷰를 하겠냐"고 제안하더군요.

기사 마감까지 시간이 좀 있었으면 버뱅크시장 인터뷰가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국가 외국인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 항상 중국은 답장이 늦어요. 때문에 이번에도 중국인 인터뷰를 싣지 못했습니다.

■ 목동훈

='학술논문' 편을 준비하면서 여러 학자들의 글을 읽었습니다.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등 몇몇 기관이 인천의 정체성에 대한 글을 내놓고 있지만, 지역연구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서관에 '인천 책'도 적은 거 같아요. 논문 등을 보면 필자들이 지적하는 내용은 비슷비슷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정운

='개항장 문화'를 취재하면서 작은 카페를 많이 알게 됐습니다. 예상 외로 손님이 많았습니다.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곳이 아닌 '문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공간이 인천에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 목동훈

=연중기획을 진행하면서 '도대체 인천의 정체성은 뭘까?'라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다른 시·도와 경계를 만들고, 인천을 몇 개의 단어에 가두려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인천이라는 도시를 사랑하고 이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 정운

='인천을 본다'는 제목처럼 현 시점에서 인천을 들여다보자는 것이 연중기획 취지였습니다. 기사를 현장 중심으로 쓰려고 노력했지만 부족했던 부분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리=목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