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한국/124분
감독 : 황동혁
출연 : 심은경·나문희·박인환
개봉일 : 2014년 1월 22일.15세이상 관람가


'수상한 그녀'는 시간여행을 통해 젊은 시절로 돌아가 가수의 꿈을 이루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이른바 '타임슬립' 영화다.

실정법 도입까지 끌어낸 '도가니'(2011)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전작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한없이 가볍고 유쾌한 상업영화를 들고 나왔다.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오말순(나문희) 여사는 며느리를 구박하고 손녀 대신 손자만 편애하는 70대 할머니.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좋아하는 박씨(박인환)와 알콩달콩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려한다는 사실을 우연히 듣고 충격에 휩싸인다. 상심한 마음에 발길 닿는대로 걸어가던 말순은 길가에 있는 청춘사진관에 들어가 영정 사진을 찍는다.

사진관을 나와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버스에 올라탄 말순은 젊은이들이 접근해 와 자신을 희롱하자 대로한다. 젊은이들의 뜨악한 반응에 이상함을 느낀 말순은 버스 차창 밖에 비친 자신의 얼굴(심은경)을 보고 깜짝 놀란다.

영화는 청춘 영화와 타임슬립형 영화들이 가진 사랑과 꿈, 추억 등 다양한 소재를 버무렸다. 20대에 갓 접어든 심은경이 70대 노인의 정서까지 품어 안는다.

그야말로 원맨쇼다.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젊은 청년들의 마음을 훔쳐보기도 하고, 노래도 다양한 창법을 섞어 마음껏 부른다.

'써니'(2011)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심은경은 후줄근한 바지에서 최신 유행복까지 팔색조로 변하는 말순의 의상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제법 차지게 소화했다. 대가급 연기자인 나문희와 박인환은 중심을 탄탄히 잡으며 극에 안정감을 부여한다.

평생 '주인 아가씨'를 짝사랑한 박씨의 사연은 애틋하고, 말순의 그악스러움도 눈길을 끈다. 취업 재수생 반한나(김슬기)와 음악에만 빠져있는 반지하(진영)의 모습에선 '88만원 세대'의 잔영도 언뜻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기시감도 떠오른다. 젊은 말순을 좋아하는 손자의 모습에선 '백투더퓨처'(1985)에서 과거로 돌아간 아들을 사랑하게 된 엄마의 이야기와 오버랩된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모든 사건을 끝내는 정형화된 결론과 내용에 비해 긴 상영시간, 큰 서사에서 오는 웃음보다 단발적인 웃음에 치중한 점은 다소 아쉽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