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2006년 정진석 추기경이 서임된 지 불과 8년 만에 새 추기경이 나온 점과 이번에 아시아 국가 가운데 추기경이 새로 임명된 곳은 한국과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뿐이란 점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가톨릭교회 중에서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인 드문 케이스다. 이벽(1754∼1785)과 이승훈(1756∼1801) 등을 중심으로 평신도에 의해 자발적인 천주교 신앙공동체가 탄생했다.
또 전통적인 그리스도 문화권이 아님에도 활발한 해외선교를 벌이며 교황청에 내는 납부금 규모가 세계 8∼9위권인 것을 비롯해 세계 가톨릭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이번 한국 세 번째 추기경 임명은 한국 가톨릭의 존재감과 위상이 반영됐을 뿐 아니라 앞으로 아시아와 세계 교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해 달라는 요청과 기대도 강하게 담겨 있다는 관측이다.

또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는 80세 미만인 염수정 추기경을 임명한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2009년 선종한 데다 정진석 추기경도 80세를 넘어 이미 퇴임한 상황에서 그 공백을 메운 것이기 때문이다.
현직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을 임명한 것은 한 나라나 지역을 상징하는 대표성을 지닌 인물을 추기경으로 임명하던 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신임 추기경 임명을 앞두고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이 개혁 성향의 추기경 임명을 위한 청원운동을 벌이는 등 천주교 일부에서는 다른 요구가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관례를 택한 셈이다.
실제로 이번 신임 추기경 명단을 보면 현재 교황청 소속인 추기경 말고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리우데자네이루처럼 그 나라의 대표적 교구를 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염 추기경이 교구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교구는 한국의 16개 천주교 교구의 뿌리이자 한국 가톨릭이 시작된 곳이다. 교구 자체가 한국 천주교의 역사인 셈이다.
천주교 관계자는 "한국 세 번째 신임 추기경 선임과 관련해 교회 안에서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왔지만 현실적으로는 비중 있는 대표교구의 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았다"면서 "교황께서 한국교회의 현실과 대표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천주교 안에서는 세 번째 추기경 탄생에 이어 또다른 희소식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