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세 번째 추기경. 염수정 대주교가 오는 2월22일 로마 바티칸에서 열릴 예정인 추기경 서임식에서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될 예정이다. 사진은 12일 밤 시민이 서울 명동성당에서 염수정(오른쪽부터), 정진석, 김수환 등 역대 교구장이 그려진 벽을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교황 프란치스코가 12일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을 임명한 것은 높아진 한국 천주교의 위상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06년 정진석 추기경이 서임된 지 불과 8년 만에 새 추기경이 나온 점과 이번에 아시아 국가 가운데 추기경이 새로 임명된 곳은 한국과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뿐이란 점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가톨릭교회 중에서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인 드문 케이스다. 이벽(1754∼1785)과 이승훈(1756∼1801) 등을 중심으로 평신도에 의해 자발적인 천주교 신앙공동체가 탄생했다.

또 전통적인 그리스도 문화권이 아님에도 활발한 해외선교를 벌이며 교황청에 내는 납부금 규모가 세계 8∼9위권인 것을 비롯해 세계 가톨릭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이번 한국 세 번째 추기경 임명은 한국 가톨릭의 존재감과 위상이 반영됐을 뿐 아니라 앞으로 아시아와 세계 교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해 달라는 요청과 기대도 강하게 담겨 있다는 관측이다.
▲ 한국 세 번째 추기경. 오는 2월22일 로마 바티칸에서 열릴 예정인 추기경 서임식에서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될 예정인 염수정 대주교.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염수정 대주교가 예수성탄대축일 낮미사를 집전하는 모습 /연합뉴스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를 위하고, 낮은 곳을 지향하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앞으로 한국 가톨릭교회가 이런 쪽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번 한국 세 번째 추기경 임명에 담았다는 것이다.

또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는 80세 미만인 염수정 추기경을 임명한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2009년 선종한 데다 정진석 추기경도 80세를 넘어 이미 퇴임한 상황에서 그 공백을 메운 것이기 때문이다. 

현직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을 임명한 것은 한 나라나 지역을 상징하는 대표성을 지닌 인물을 추기경으로 임명하던 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신임 추기경 임명을 앞두고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이 개혁 성향의 추기경 임명을 위한 청원운동을 벌이는 등 천주교 일부에서는 다른 요구가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관례를 택한 셈이다. 

실제로 이번 신임 추기경 명단을 보면 현재 교황청 소속인 추기경 말고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리우데자네이루처럼 그 나라의 대표적 교구를 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염 추기경이 교구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교구는 한국의 16개 천주교 교구의 뿌리이자 한국 가톨릭이 시작된 곳이다. 교구 자체가 한국 천주교의 역사인 셈이다.

천주교 관계자는 "한국 세 번째 신임 추기경 선임과 관련해 교회 안에서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왔지만 현실적으로는 비중 있는 대표교구의 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았다"면서 "교황께서 한국교회의 현실과 대표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천주교 안에서는 세 번째 추기경 탄생에 이어 또다른 희소식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