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세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이를 고발하고 비판과 저항도 불사하는 게 예언자의 직무"라고 밝혔다.
강주일 주교는 월간 '경향잡지' 1월호 기고문에서 "사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말씀의 선포자로서 시대의 징표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며 "오늘의 사제가 펼치는 복음 선포도 이 세상과 동떨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사제는 이 세상 한복판에 사는 하느님 백성, 특히 사회에서 가장 작은 이 취급을 받는 이들이 겪는 슬픔과 고통, 번민과 공포를 함께 느끼며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한다"며 사제의 사회 참여를 강조했다.
이어 "그러므로 사제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무관심할 수 없고, 특별히 가난한 이들, 병든 이들, 힘없는 이들, 짓밟히는 이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지녀야 한다"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상이 정의롭게 발전해 가도록 지켜보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때는 이를 고발하고 비판과 저항도 불사하는 것이 예언자의 직무"라고 강조했다.
또 "예언자직을 수행하려면 사제들은 백성이 살고 있는 세상의 현실에 대한 복음적인 관심과 그 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정의가 어떻게 이뤄져야 할지를 식별하는 판단력으로 끊임없이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84년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기념해 제정한 '사목회의 성직자 의안'의 내용을 인용해 성직자의 예언자적 직무를 상기시켰다.
강 주교는 "성직자는 현실사회로부터 유리되어서도 안 되고 예속되어서도 안 된다. 사제는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지키면서도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자유로이 사회를 평가하고 비판하면서 바로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한국교회는 용산 재개발 사태와 4대강 사업, 핵발전소 건설 문제 등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대형 사건을 거치면서 예전보다는 훨씬 많은 사제가 우리 사회의 비복음적 현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우리의 사제직무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더 가까이 근접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