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박성현 기자
전쟁 위험성과 파괴적 결과 인류에 경고 위한 자리
여가부 후원·영상진흥원 주관 '지지 않는 꽃' 기획
이현세 작 등 만화 20여개·동영상 4개 제작·출품


"때리는 자는 쉽게 잊어버리지만 맞은 자는 평생 잊지 못합니다. 아픈 역사는 가슴에 새겨진 낙인으로 삼아 평생 지워지지 않습니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가해자가 사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만화가 백성민은 '시선'에서 위안부에 관한 자신만의 시선을 아프게 들춰낸다. 전쟁에 대해서…."

전쟁은 여성에 대해 집단적이고 계획적인 성폭력을 유발하곤 한다. 역사는 전쟁 때마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폭력적인 유린을 당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녀들의 삶이, 생이 얼마나 파괴됐는지는 오히려 현재에 와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게다가 '인권유린'이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전쟁범죄 행위로, 국제사회가 규정했음에도 가해자 당사자는 '오리발'만 내밀뿐 사과하려 하지 않는다.

과거가 아닌 오늘의 여성인권문제임에도 증거가 없다고, 거짓으로 일관된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가해자 당사국, 특정 국가의 이 같은 무례함은 여성들에게 치유될 수 없는 더 큰 상처를 남겨준다.

2014년은 1차 세계대전(1914~1918)이 발발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전쟁이 가져온 아픔을 더욱 곱씹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세계인들의 의지다.

세계 최대의 출판만화축제인 '2014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도 전쟁의 위험과 그 파괴적인 결과를 인류에 경고하기 위한 특별 기획전을 마련했다.

전세계 만화인들이 전쟁의 폭력성과 파괴성, 그리고 여성과 아동 등 전쟁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된 이들에 대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키 위해 한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세계대전을 다룬 '자크 타르디전'과 전쟁과 무기를 조명한 '거스 보파', 그리고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과 불평등에 관한 '길에서, 그녀가 만나다' 등의 기획전이 마련돼 전쟁으로 인한 인류의 문제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만화가 전쟁무기를 이기는 세상을 보여준다'.

만화란 콘텐츠로 전쟁무기를 무찌르고,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각된 '전쟁과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것이다.

프랑스 앙굴렘시에서 오는 30일부터 2월2일까지 4일간 열리는 제41회 2014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 전쟁 고발이나 전시 여성 성폭력 문제를 주제로 한 특별 전시회에는 한국만화가들도 동참한다.

여성가족부가 후원하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하는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이 바로 그것. 이번 한국만화기획전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전 '지지 않는 꽃(부제 : I'm the Evidence)'은 위안부 피해문제를 다룬 20여개 만화작품과 동영상 4개를 제작·출품한다.

만화부문에선 기획전 공동조직위원장인 이현세 작가의 '오리발 니뽄도' 등을 비롯해 '나비의 노래(김광성 그림, 정기영 글)', '꽃반지(탁영호)', '14세 소녀의 봄(오세영)', '시선(백성민)',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가?(최인선)' 등 20편의 만화작품이 출품돼 일본군 위안부 피해실상을 알리게 된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그 진실을 확인하고 작품으로 승화시켜 세계인들에게 전한다. 위안부 피해의 진상과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묵언'이다.

이와 함께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고발한 다큐멘터리 '그리고 싶은 것'과 애니메이션 '사라진 소녀들'은 정치적 환경을 감안해 전시관에서 상영한다.

김준기 감독의 '소녀이야기'와 (주)엠라인스튜디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앙굴렘 CIBDI내 네모극장에서 관람객과 만난다.

오진희 '굳은살(7분)'과 오성연 'Grandma(5분)', 황남식 '붉은 나무(10분)' 등도 앙굴렘조직위와 상영 여부를 최종 조율 후 결정할 계획이다.

특히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에는 엠네스티 대표 등 여성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현지 유력 인사들이 참여해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전시 여성 성폭력 문제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과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등에 동참한다.

오재록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지금까지 만화는 유대인 학살을 다룬 아트 슈피켈만의 '쥐'나 체르노빌의 원전문제 이야기인 '체르노빌 금지구역' 등 일반인들이 지나치기 쉬운 역사적 문제에 대해 일반인들로부터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며 "이번 일본군위안부피해자 만화전시 역시 세계인들과 소통하며 일본군위안부피해자 문제를 세계인들과 함께 고민해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은 오는 29일 오전 11시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프랑스 및 유럽 외신매체를 대상으로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 개최 의의 및 전시 소개, 그리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필요성을 제기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부천/전상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