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을 앞두고 28일 오후 수원 지동시장 아동 한복집을 찾은 한 어린이가 한복을 입어보고 있다. /임열수기자
어린 시절 설을 앞두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을 잡고 시장에 가 색동 한복을 입어보고 좋아 날뛰던 기억은 어느새 희미해져버렸다.

설빔을 얻어 입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시끌벅적한 시장통 한복판에 서서 울며불며 떼쓰던 아이들의 모습도 사라진 지 오래다.

수원 영동시장에서 30년간 한복집을 운영해 온 윤인수(71·여)씨는 30년 전 설을 기억하며 이맘때의 시장 분위기를 떠올렸다.

당시 1층에 50여개 한복점포가 몰려 있어 '한복 골목'으로 불릴만큼 경쟁업체도 많았지만 하나같이 장사가 잘 됐다고 한다.

윤 씨는 "설을 앞두고 많게는 하루에 40벌의 한복을 팔기도 했었다"며 "아이들이 한복을 입고 좋아하던 모습이 너무 그립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요즘엔 하루 한벌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윤 씨는 "예전에는 제사를 지낼 때 두루마기도 갖춰 입고, 세배를 주고 받을 때도 한복을 입었는데 그런 풍경이 사라졌다"며 "어른 한복은 거의 팔리지 않고 그나마 아동 한복만 근근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층에서 아동 한복을 파는 최재선(53)씨는 지난 23년간 한자리를 지켜왔다.
이번 설을 앞두고 60여벌을 팔았다는 최씨 역시 예전이 그리운 건 마찬가지다. 그는 "그때만 한번 입고 만다는 생각 때문인지 예전같지 않다"며 "명절에는 100벌은 거뜬히 팔렸는데 다시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시장에서 두 아이의 한복을 구입한 한영선(35·여)씨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하실 것 같아 애들 한복만 샀다"며 "어른들은 일을 해야하고 여러모로 불편해서 안 입는게 편하다"고 말했다.

한복연구가 박미연(56·여)씨는 한복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복을 맞춰입던 시대가 지나 한때 '대여 한복'이 반짝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주춤하다.

박 씨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유치원과 학교에서는 명절을 앞두고 예절교육 시간에 한복을 준비하도록 했었는데 이젠 그것도 옛날 얘기"라며 "따뜻한 원단과 실용적인 디자인 등을 가미해 한복도 평소에 입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달라져야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신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