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대학생들
"부모님 뵐 낯 없다…"
고향 대신 도서관등 찾아
보너스 주는 알바 선택도


"설 명절이요? 글쎄…."

28일 오후 1시께 용인시 동천동의 H택배 물류창고. 설 대목을 맞아 창고 곳곳에는 고향으로 배달되는 선물세트 등 택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하지만 정작 물품을 나르고 있는 젊은이들은 귀성을 포기한 상태였다.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인철(28)씨는 서울이 고향이지만 벌써 2년째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무려 20여곳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모두 불합격했던 터라 부모님을 뵐 낯이 없었던 것이다.

장씨는 "명절엔 오히려 가족들 보기가 미안하고 따가운 시선으로 보는 것이 마음이 불편하다"며 "용돈을 받아 쓰는 입장인데 하루 10만원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않겠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같은 시각 수원시 인계동의 A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진수(24)씨는 밀려드는 주문을 받느라 눈코뜰새 없었다.

김씨는 설 기간 내내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다. 평일 최저임금은 5천210원이지만, 설날에는 1.5배인 7천815원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설을 앞두고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많은 20대 젊은이들이 명절을 반납했다. 여느 때보다 높은 일당을 받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취업준비로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는 이들에게 명절은 낯설게 느껴진다.

백현기(27·한양대 졸)씨는 이미 졸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학교 도서관을 찾고 있다. 광고 관련 회사에 도전 중이지만, 좁은 취업문을 뚫지 못해 더 공부하기로 한 것이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안노연(25·단국대 정외4)씨도 "고향에 가도 특별히 할 것도 없고 가족들 눈치도 보여 연휴기간 공부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양대 사회학과 신성환 교수는 "과거에는 명절 때 고향에 가는 것에 대해 일종의 의무감이 있었지만, 현재는 취업난 등으로 인해 귀성을 포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며 "핵가족화 되면서 친척이라는 개념이 점점 약해지고 가족해체로 이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