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대 겨울 스포츠 축제인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이 8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흑해 연안의 휴양도시 소치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화려한 막을 올리고 열이레간의 열전을 시작했다.

올림픽 성화가 소치의 밤하늘에 타오르면서 러시아는 프랑스,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에 이어 7번째로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나라가 됐다.

러시아에서 올림픽이 열리기는 1980년 모스크바 하계 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모스크바 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공산권 국가에서 열린 올림픽으로 관심이 높았으나 1979년에 일어난 옛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해 미국·서독·일본·한국 등 67개국이 불참함으로써 '반쪽짜리 대회'로 치러졌다.


참가자들의 열정으로 가득한 겨울 스포츠 잔치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뜨겁고, 차갑게, 그대의 것'(Hot, Cool, Yours)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소치올림픽은 역대 최다인 88개국에서 2천800여 명의 선수가 함께한다.
▲ 제22회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일인 7일(현지시간) 오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올림픽 파크 내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식 식전 행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축하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나오고 있다. /소치=연합뉴스

도미니카공화국, 몰타, 파라과이, 동티모르, 토고, 통가, 짐바브웨 등 일곱 나라는 처음으로 동계올림픽 무대에 오른다.

개회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40여개국 정상들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행사를 지켜봤다.

오바마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 등 서방 세계 일부 정상들은 일찌감치 예고한 대로 불참했다. 이는 러시아의 '반(反) 동성애법' 제정, 인권 문제 등에 대한 항의 표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때 미국과 세계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러시아는 이번 대회 준비에만 500억 달러(약 54조원) 이상을 쏟아부어 자국의 달라진 위상을 알리려 애썼다.

'러시아의 꿈'을 주제로 160분간 펼쳐진 개회식 행사도 러시아 최초의 '차르'(황제)인 표트르 대제 시절의 전성기를 떠올리면서 러시아의 부활을 알리는데 중점을 뒀다.
▲ 8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기수인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규혁을 앞세우고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꿈을 주제로 한 이번 개회식은 유라시아 대륙의 드넓은 풍경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화려하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표현됐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동계올림픽에 선수 64명과 임원 49명 등 총 113명의 선수단을 파견, 금메달 4개 이상을 획득해 3회 연속 세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치=연합뉴스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4만 관중은 카운트다운과 함께 경기장 한가운데에 요정처럼 등장한 '류보프'라는 이름의 소녀에 이끌려 러시아의 과거와 현재, 미래로 여행을 떠났다. 류보프는 러시아어로 '사랑'을 뜻한다.

행사 내내 러시아가 자랑하는 고전음악과 발레, 건축, 전통문화 등을 통해 러시아의 역사가 그려졌다.

표트르 대제 시절 번성하는 러시아의 모습도 자랑했고, 대문호 톨스토이의 작품인 '전쟁과 평화' 속 장면도 연출됐다.


20세기로 넘어가서는 화려한 발레 공연과 대도시 모스크바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후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소개를 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림픽 개막 선언을 하자 경기장에서 오색찬란이 불꽃이 피어올랐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발레 곡인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선율 속에 '평화의 비둘기' 공연이 이어져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 8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 개회식 식전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러시아의 꿈을 주제로 한 이번 개회식은 유라시아 대륙의 드넓은 풍경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화려하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표현됐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동계올림픽에 선수 64명과 임원 49명 등 총 113명의 선수단을 파견, 금메달 4개 이상을 획득해 3회 연속 세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개회식 총연출은 300편이 넘는 TV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운명의 아이러니' 등 약 30편의 영화 제작에도 참여한 콘스탄틴 에른스트가 맡았다

이날 각국 참가 선수들은 역대 처음으로 경기장 옆 쪽이 아닌 지하로 연결된 중앙에서 입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선수단 입장은 관례에 따라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가 가장 먼저 하고 개최국 러시아 선수단이 마지막에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두 나라를 제외하고는 러시아어의 알파벳 순서에 따라 입장했다.

우리나라는 폴란드의 뒤를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맏형 이규혁(서울시청)을 기수로 앞세우고 60번째로 피시트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규혁은 이번 대회 참가로 한국 선수 중 동·하계 대회를 통틀어 올림픽 최다 출전 기록(6회)을 세웠다.
▲ 8일(이하 한국시간) 부터 열리는 제22회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8일 경기일정. /연합뉴스

소치올림픽에 우리나라는 선수 71명과 임원 49명 등 총 120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출전 선수도 역대 가장 많고 선수단 규모도 제일 크다.

지난해 9월 29일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채화된 올림픽 성화는 러시아로 옮겨져 1만4천여명의 주자에 의해 2천900여 개 도시와 마을을 돌아 이날 소치의 하늘을 밝혔다.

성화는 지난해 11월 우주 화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옮겨지기도 하고 유럽 최고봉인 캅카스 산맥의 엘브루스봉과 바이칼 호수 바닥, 북극 등에도 들러 소치에 도착했다.

이번 대회는 남녀 스키 하프파이프, 여자 스키점프, 바이애슬론 혼성 계주, 루지 팀 계주,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등 12개 세부 종목이 새로 추가돼 금메달은 4년 전 밴쿠버 대회의 86개에서 98개로 늘었다.

우리나라는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스키, 빙상,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컬링, 아이스하키, 루지 등 6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룬다.

금메달 4개 이상을 획득해 2006년 캐나다 토리노 대회(7위)와 역대 최고 성적을 낸 2010년 밴쿠버 대회(5위)에 이어 3회 연속 종합순위 10위 이내 진입한다는 것이 우리 선수단의 목표다.

우리나라는 개회식 다음 날인 8일 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 이승훈(대한항공) 등이 출전해 본격적인 메달 사냥에 나선다. /소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