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가좌동 가재울사거리 부근에 있는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느루'는 동네 중고등학생들의 쉼터로 자리매김했다. 동네 아이들은 느루에서 책을 읽거나 빌리고, 동아리를 만들어 모이고, 장래 직업을 탐색한다.

이곳에 정식 회원으로 등록된 아이들은 약 120명이다. 느루 도서관 권순정(사진) 대표를 지난 13일 만나 도서관 얘기를 들어봤다.

느루는 2011년 5월에 문을 열었다.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놀 곳이 없어 PC방과 노래방에 가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됐다고 권 대표는 설명했다. 이 도서관의 특징은 아이들이 직접 도서관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다.

청소년 운영위원회가 있어 어른들과 함께 도서관 자원봉사에서부터 교육 프로그램 마련까지 모든 것을 토의해 결정한다. 도서관 개소 초기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권 대표는 말했다.

"도서관 문을 열고 좋은 강좌를 만들어 아이들을 모집했는데 강좌당 1~5명만 참여하더라구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왜 신청 안 하냐'고 물으니 '선생님, 우리가 원한 건가요'라고 반문하더라구요. 그 때부터 아이들과 함께 강좌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느루 도서관은 주변 학교 등과 연계해 진로 탐구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업인을 아이들에게 연결하는 게 특징이다.

이를테면 제빵사에 관심 있는 아이들에게는 서구 가좌동에서 유명한 빵집인 세필즈과자점 대표를 소개했다.

또 서구노인문화센터장, 서구청 공무원, 미용실 원장, 식당 주인을 초청해 아이들에게 각각의 직업 세계에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물론 동네 직업인뿐 아니라 공정여행가, 펀드매니저, 변호사 등 아이들이 원하는 직업인은 누구나 초청한다.

느루도서관에는 책만 있는 게 아니다. 세미나실이 있고, 동아리방이 있다. 옥상 공간도 활용할 수 있다. 도서관 내에 드럼과 베이스기타, 신시사이저도 있어 악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자주 찾아온다.

권순정 대표는 "아이들은 이 곳에 그냥 있기만 하면 된다. 책을 읽든지, 수다를 떨든지, 음악을 듣든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느루도서관은 중장기적으로 진로체험센터와 출판학교를 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이들이 진로체험센터에서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아이들뿐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 책을 출판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청소년과 어른이 함께 성장하는 곳으로 느루도서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