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성옥희기자
유로존 재정 위기 등 얼어붙은 경기
'수출 감소·내수 부진' 줄도산 위기
어려운 상황 불구 "좋아질것" 희망
기초체력 증진위한 정부 지원 절실


우리 경제에서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 수의 99.9%,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어 그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회식때 건배사를 '9988'로 합창할 정도로 중소기업이 우리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체 수나 고용 비중이 큰 만큼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그만한 대접을 받고 있는가, 혹은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 여건이 조성돼 있는가를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 경제에서 전체 사업체수의 불과 0.1%를 차지하는 대기업이 전체 생산의 54%, 전체 수출의 82%를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중소기업은 전체 생산의 46%, 전체 수출의 18%를 담당할 뿐이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주창한 창조경제시대에 중소기업이 절대적인 양적 다수의 위상에서 벗어나 경제적 기여도가 높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강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육성이 해답이다.

# 2014년 중소기업이 처한 위기

유로존의 재정 위기와 내수 부진의 여파로 경기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경기침체로 중소기업들은 수출감소, 내수부진, 자금조달 애로 등으로 생산과 판매가 동시에 줄어드는 심각한 상황의 연속이다. '도산'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게 맞는 말이다.

게다가 최근 통상임금 산정범위 논란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여건 개선을 내걸고 정부가 기업계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중소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이 현실화될 경우 임금질서 전체가 흔들리게 되고, 이로 인한 피해는 경영여건이 취약한 중소기업부터 시작돼 산업계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매출액 50억원 미만 소기업의 인건비 비중은 36.2%에서 44.4%로 확대되며, 전체 중소기업이 일시에 부담해야할 비용은 14조3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여기에다 중소제조업체는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제조업 2천여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 중소기업 인력실태조사' 결과,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부족률은 9.6%, 업체당 약 2.6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우리 중소제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5인 미만기업은 26.2%, 5인에서 10인 미만 기업의 인력부족률은 20.1%에 달해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인력부족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사무직과 생산직 인력 여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며 정작 기계를 돌리고 제품을 만들어야 할 기술인력들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사무직의 인력부족률은 3.0%인데 비해 생산직의 경우 20.9%로 생산직 인력부족이 결국 중소기업 인력부족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현재로서는 생산현장에서 일하려는 젊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력 공급을 늘리려면 외국인근로자 확대 또는 고졸 출신의 생산직 유입, 기존 실업자의 인식 전환 등이 필요하지만 무엇하나 만만하지 않다.

이밖에도 돈줄이 막힌 중소기업들은 매출감소가 겹치면서 자금사정 곤란으로 제대로된 경영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 중소기업이 내다본 올해 상반기 경제 상황

국내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의 경기 상황이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 아르바이트 정보제공업체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014 상반기 체감경기'를 조사한 결과, 작년 하반기보다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이 43.7%로 '악화'(20%)될 것이라는 대답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작년 하반기(호전 36%)에 조사했을 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형태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은 52.1%로 하반기(38.4%)보다 13.7%p 상승하며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자영업은 호전이 31.1%로 하반기(32.2%)보다 1.1%p 떨어졌으며,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29.3%로 하반기(23.8%)보다 5.5%p 상승하며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업종은 IT/디자인(57.9%), 상담/영업(54.2%), 사무/회계(47.7%), 생산/기능(45.1%). 강사/교육(44.8%)이 작년 하반기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서비스는 호전 39.7%로 하반기(47.3%)보다 7.6%p 하락했고, 매장관리는 호전 44.9%로 하반기(48.6%)보다 3.7%p 떨어졌다.

또다른 조사에서도 중소기업들의 희망은 그대로 나타났다.

올들어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14년 중소제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2014년 중소기업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는 전년(88.0)대비 8.8p 상승한 96.8를 기록했다.

여전히 기준점인 100을 밑돌고는 있지만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점은 긍정적 신호다.

SBHI는 100 이상이면 다음 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 업체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업체보다 더 많음을 나타내며 100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중소기업 경기전망이 상승세로 돌아선 데에는 수출 증가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실물경기가 개선되고 있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올해 중소기업계 최대 관심사는 역시 '내수'였다.

중소기업들은 새해경영 목표로 '내수경영(43.7%)'을 가장 많이 꼽았고 올해 예상되는 경영애로사항 역시 '내수침체(40.1%)'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소기업들이 정부에 바라는 현안과제 또한 '내수활성화주력(44.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중소기업단체의 한 관계자는 "산업계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게 사실이지만 중소기업이 경기 상황에 민감히 반응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라며 "중소기업들의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의 맞춤형 지원책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성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