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부평구의 '책 읽는 부평'을 기획·총괄하고 있는 이희수 부개도서관장은 2002년부터 시민단체 등에서 독서문화운동을 펼쳐 왔다. /부개도서관 제공
'한 도시의 사람들이 한 권의 책을 같이 읽으면 어떨까?'

인천시 부평구에서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One city one book)인 '책 읽는 부평' 사업을 기획·총괄하고 있는 이희수(49·여) 부개도서관장은 "공동체 의식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도시에서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고 답했다.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은 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 사서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2001년 미국 시카고 시는 그 해 대표도서를 인종 간 갈등문제를 다룬 '앵무새 죽이기'로 선정했다.

이 책을 시민들이 함께 읽고 토론한 결과, 인종차별 문제는 당시 시카고의 가장 큰 화두가 됐다.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다.

이 관장은 2012년부터 매년 부평구 주민들이 읽을 대표도서를 선정해 책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그는 주민들이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서로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이 관장은 "부평구 주민의 60%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는 가장 밀접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으로는 이웃간 거리감이 큰 공간"이라며 "책을 읽고 난 다음 참여할 수 있는 독서토론회, 독서골든벨, 작가와의 만남 등을 통해 주민들이 '나와 같은 생각' 혹은 '나와 다른 생각'을 경험함으로써 정서적인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책 읽는 부평에 참여한 아파트들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시작한 '책 읽는 아파트'에 선정된 아파트 2곳의 주민들은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이에 대한 퀴즈대회 형식인 '독서골든벨'을 열었다. 아이들은 장기자랑을 하고, 어른들은 서로 음식을 나누며 즐기는 등 한바탕 축제 같았다고 한다.

이 관장은 "한 권의 책이 도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언뜻 생각하면 굉장히 어려운 일 같지만, 실천을 해보면 그렇지 않다"며 "세계 책의 수도가 인천이란 도시와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크게 바꿀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부평구는 다음달 13일까지 올해의 대표도서 선정을 위한 온·오프라인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부평구립도서관들의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투표 참여가 가능하며, 구청 등 각 기관에서 오프라인 투표를 할 수 있다.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