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말 실시된 한국의 대통령선거가 국제적 기준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와 호주 시드니대의 공동 연구팀인 '선거진실프로젝트'(the Electoral Integrity Project)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선거의 적정성 정도를 나타내는 PEI(Perception of Electoral Integrity) 지수에서 한국 대선은 81.2점(100점 만점)으로 집계돼 조사 대상 66개국 가운데 6위에 올랐다.

PEI 지수는 국제적 기준과 규범으로 판단했을 때 선거의 절차와 과정이 적정하게 이뤄졌느냐를 점수로 환산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보고서는 전세계에서 실시된 선거의 질(quality)을 평가한 것"이라면서 "각국의 선거가 국제적 기준에 적합한 것인지를 비교하기 위해 독립적이고 신뢰있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실시된 66개국의 대선과 총선 등 73건을 대상으로, 2천901명의 전문가에게 총 49개 평가 항목을 제시해 채점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실제 응답자는 모두 855명으로 평균 응답률이 약 30%에 그쳤으며, 특히 한국에 대한 평가에 응답한 전문가는 8명으로 24%의 낮은 응답률을 기록해 일각에서는 평가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내놨다.

한국 대선은 득표 집계(96점), 유권자 등록(89점), 선거 절차(91점)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언론보도(66점)와 선거법(69점), 선거자금(72점) 등에서는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국가별로는 노르웨이(2013년 9월 총선)가 86.4점으로 1위에 올랐고, 독일(2013년 9월 총선·84.1점)과 네덜란드(2012년 9월 12일 총선·82.7점)가 그 뒤를 이어 유럽 국가들이 공정선거의 모범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이슬란드(2013년 4월 총선)와 체코(2012년 10월 총선)가 각각 82.5점과 81.8점으로 한국에 앞섰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와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가 각각 73.8점과 72.9점으로 16위와 18위에 올랐고, 2012년 11월 대선을 치른 미국은 70.2점으로 26위에 랭크됐다. 특히 미국은 선거구 획정 부문에서 33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니(2013년 5월 총선)가 38.2점에 그치면서 꼴찌의 불명예를 안았고, 지부티(2013년 2월 총선)와 콩고(2012년 8월 총선)가 각각 39.6점과 45.0점으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대체로 선거공정성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의해 강화된다"면서 "노르웨이, 독일, 네덜란드와 같은 나라는 민주적인 관행이 공고하고, 시민문화가 강하고, 선거관리기구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부 신흥경제국은 선거 경험이 많지 않음에도 선거공정성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한국, 체코, 슬로베니아, 칠레, 아르헨티나, 몽골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보고서는 그러나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을 언급하면서 "많은 나라에서 선거일에 투표함 조작, 부패, 허위 등록 등이 벌어져 선거의 정통성과 안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영국과 같은 오랜 민주국가에서도 선거와 관련한 논쟁은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