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항공 실종사건과 관련해 수사 선상에 올랐던 도난 여권 소지자 1명이 정치적 망명을 모색하던 10대 이란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여객기 실종사건을 수사중인 말레이시아 당국은 11일 도난당한 유럽 여권을 소지한 탑승자 2명 가운데 1명이 이란 국적의 19세 청년, 푸리아 누르 모하마드 메흐르다드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테러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던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실종사건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인 탑승자가 테러단체의 조직원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청년이 당시 독일로 입국하기 위해 사고기에 탑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칼리드 청장은 나머지 1명에 대한 조사 역시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2년 사이 태국에서 도난당한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인 여권을 이용해 말레이시아항공 사고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져 테러 의혹을 받아왔다.
경찰은 항공기 납치와 사보타주 외에 승객·승무원들의 심리적 문제와 이들의 개인 신상문제 등 모두 4가지 가능성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칼리드 청장은 이를 위해 승무원은 물론 승객들의 경력까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 항공관리는 극히 이례적이긴 하지만 실종 여객기 조종사의 자살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전했다.
이 관리는 사고기 실종 당시 기내의 이상 현상을 시사하는 어떠한 무선송신도 없었다면서 이런 가설을 내놨다.
한편, 실종 여객기 수색에 나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당국은 수색 범위를 사고기가 사라진 지점에서 반경 약 185㎞로 확대, 대규모 수색작전을 벌이고 있다.
보반 뚜언 베트남 인민군 참모차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고기 기체 수색에 성과가 없다며 수색 범위를 사고기의 예상항로 동쪽 부분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말레이시아 당국은 전날 수색 대상해역을 대폭 확대하고 육지에서도 수색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민항청은 자국 해역과 베트남 영해 중간 수역 외에 말레이시아 본토와 서부 해안에 대해서도 수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수색 활동에 시간제한을 두지 않기로 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이 이처럼 수색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사고기가 정상 운항하다가 회항한 흔적이 확인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측통은 실종 여객기가일각의 관측대로 회항했다면 당초 항로에서 최대 수 백㎞ 벗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부근해역에 알레이버크급 유도 미사일 구축함 '핀크니'를 급파한 데 이어 같은 급의 구축함 키드를 파견, 수색작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키드에는 수색구조용 헬리콥터 MH-60R 2대가 탑재돼 있다.
또 중국 함정 미안양호 역시 사고해역에 도착한 데 이어 추가로 3척이 수색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고해역에는 베트남 해군 함정 8척과 항공기 2대, 연안경비대 선박 2척을 비롯해 모두 10개국 소속 항공기 34대와 선박 40척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
특히 유엔 핵실험 감지기구도 여객기 실종 인근지역에서 폭발이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고 AP가 보도했다.
라지나 저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사무총장은 산하 관측소 전문가들에게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실종된 높은 고도에서 폭발이 있었는지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CTBTO는 전 세계 200여 곳에 관측시설을 두고 지진파나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극저음역대의 초저주파 분석 등을 통해 대규모 폭발을 감지, 핵실험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