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재단 호세 마리아 루나 아길라르 피카소재단장은 지난 여름부터 4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인천과 서울·대구에 이어 12일 수원에서 열린 '피카소 고향으로부터의 방문'전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항공기 직항편으로도 하루의 절반이 걸리는 거리를 석 달에 한번 꼴로 오가는 출장길이 버거울 만도 한데, 호세 재단장은 전시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어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그는 "더많은 도시에서 피카소 전시가 열리고, 개막식에 참석하러 한국에 계속 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가 한국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너무 멀었고, 언어도 전혀 달랐고, 무엇보다도 한국에 대해 하나도 몰랐다.
"처음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설마, 그런 전시가 가능하겠어?'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렇게 먼나라에 이렇게 많은 작품을 가져가는게 말이 되나 싶었죠. 말라가 사람들에게 한국은 낯설었어요. 아시아라고 하면 일본이나 중국이 훨씬 친숙했고,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은 월드컵 경기에서 진 적이 있다는 것 정도였으니까요."
그의 불안과 불신은 첫 방문 이후 눈녹듯 사라졌다. 그가 본 한국 사회는 축구에서 졌을 때만큼 충격적이었다.
"모든게 완벽했어요. 전시시설과 설치작업, 전시장 인테리어, 전시를 돕는 사람들 모두 상상도 못할 만큼 발전돼 있었죠. 다들 친절했고 무엇보다도 우리 전시를 좋아해주었기 때문에 무척 행복합니다."
호세 재단장은 20년 넘게 문화기관에서 일한 예술경영 분야의 베테랑이다. 취임한 지 2년반이 지난 그에게는 재단 경영의 확고한 3가지 방향이 정해져 있다.
"첫번째,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 전시를 꾸준히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단을 알리는 것과 말라가 대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제가 할 일이에요."
한국에서 진행된 아시아 최초, 사상 최대 규모의 이번 전시는 한국의 관람객들에게 준 영향 이상으로 피카소재단에 많은 것을 남긴 듯하다.
"피카소는 20세기의 가장 혁신적인 예술가고, 미술사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입니다.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은 인물이죠. 그러나 그런 업적은 갑자기, 즉흥적으로 이룬 것이 아니에요. 엄청난 노력을 했죠.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했습니다. 재단도 이같은 전시를 통해 피카소를 알리는데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