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인 자클린을 모델로 '마담 X의 초상' 그려내
벽돌등 뜻밖의 재료사용… 전통 깬 혁신적 도예작품도

'마담 X의 초상' 피카소 작품의 제목이다. 마담 X는 누구일까. 바로 자클린(Jacqueline)이다. 피카소의 여인들 중 하나이며, 그의 마지막 여자였다.

자클린의 원래 남편은 프랑스 군인이었다. 남편이 아프리카로 파병된 후 그녀는 남프랑스의 해양 도시에 정착한다. 근교 도시 발크리스에서 도자기에 빠져 있는 피카소를 만나게 된다. 당시 피카소 옆에는 프랑수아즈가 있었다.

그러나 둘의 은밀한 관계가 시작됐고, 피카소는 그녀를 모델로 그림을 그렸다. 천하의 피카소일지라도 자클린의 신분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마담 X로 기록됐다.

자클린을 자신의 연인으로 드러내고 싶은 욕망과 세간의 시선으로부터 그녀를 숨기고 싶은 욕망이 공존하는 제목인 것이다.

초기 자클린 그림은 다소 딱딱한 표정을 하고 있다. 프랑수아즈가 주로 정면으로 그려진 데 비해 자클린은 대부분 옆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눈매가 부드러워지고 머리카락이 풍성하게 표현된다.

크레파스로 낙서한 듯 보이는 '칸의 아틀리에'는 따로 표시를 해두지 않으면 피카소의 그림이라고는 짐작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작품은 피카소가 사랑한 것들로 가득 차있다. 피카소는 칸에 머물던 시절 아르데코 양식의 저택 '라 칼라포르니'를 거대한 아틀리에로 꾸미고 자기가 사랑하던 물건들을 곳곳에 쌓아두었다.

그는 이 작업실을 '나의 내면 풍경'이라고 불렀으며, 이 곳을 소재로 15점에 달하는 그림을 그렸다. 화면에는 헤어네트를 쓴 자클린의 모습과 이젤, 가구, 창틀, 모로코 찻주전자와 쟁반 등이 있다. 예술가의 창작 환경과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이 드러난 작품이다.

1946년, 65세의 피카소는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는 수잔과 조르주를 만나 흙이 지닌 온순함과 유약을 바른 후 굽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화려하고 선명한 색조들에 매력을 느끼고 새로운 창작 영역에 뛰어든다.

늘 그렇듯 피카소는 도예에서도 전통을 뒤흔들어 혁신을 일으켰다. 피카소는 볼록한 도자기를 볼이 통통한 두상으로 변형시켰고, 우아한 여인의 신체를 병 모양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청동으로 작업할 때처럼 흙을 거푸집에 넣어 부엉이를 낳기도 하고, 도자기 접시를 캔버스나 판화의 원판처럼 '이미지를 담는 그릇'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산화물, 잿물, 유약 파스텔을 혼합하고, 홈을 새기고, 표면을 긁어내고, 벽돌과 기왓장 등 뜻밖의 재료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그의 대담한 작품을 본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피카소처럼 작업하는 견습생은 평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이다."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