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장을 품고 있던 항구 도시 인천은 필연적으로 전국 최대 '미두(米豆)장'이 되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장의 대명사가 되었다. 군산, 부산 등에도 미두취인소가 세워졌지만 정부의 정식 허가를 얻은 곳은 인천미두취인소뿐이었다.
미두 초기에는 실제 쌀을 쌓아 두고 거래를 했지만 1912년 이후, 급격히 거래량이 증가해 성황을 이루며 쌀은 사라지고 '사겠다', '팔겠다'는 선 주문만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투기와 요행심을 부추기는 미두에 대한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분명 곱지 않다. 1920년대 발행된 종합지 '개벽'은 인천미두취인소를 '피를 빨아들이는 악마굴', '민족 경제를 좀 먹는 독약' 등으로 칭하며 부정적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모습을 글로 꼼꼼하게 옮겨 놓은 채만식의 희곡 '당랑의 전설'과 소설 '탁류', 이광수의 작품 '재생'은 미두와 미두가 성행했던 인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세태 풍자(諷刺)에 능했던 채만식은 미두를 통해 힘 없는 서민들이 몰락을 거듭하는 과정을 한 편의 블랙코미디로 보여준다. 이광수는 똑같은 미두를 담담하고 정제된 표현으로 서술하며 시종일관 묵직한 분위기를 잇는다.
인천에는 아직까지 인천미두취인소, 미두취인소 창고, 가마니 공장 터, 은행, 번성했던 요릿집 흔적 등이 남아 있다. 인천에서는 여전히 옛 소설 한 권만으로도 20세기 초반 몰려들던 '한탕주의자'들의 아우성을 들을 수 있다.
/박석진기자
[책 읽는 인천, 문학속 인천을 찾다]미두의 도시 '20세기초 한탕주의자들'아우성
입력 2014-04-0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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