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복례 화백이 솔잎을 형상화하고 있다. /김영준기자
여성 특유 섬세함에 강인한 남성적 화풍의 공존
대중에 다가서는 노력 일환 '작품과정 공개' 퍼포먼스도
소나무 그릴때 가장 편안… 선 하나로 인생 그리는 '수묵' 매력


소나무는 사시사철 독야청청한 지조와 기개를 상징하며, 우리 민족의 굴하지 않는 꿋꿋한 기상을 나타낸다.

한국화가 여송(如松) 서복례 화백은 소나무의 외적 형상과 함께 소나무가 품고 있는 내밀한 모습까지 대범하면서도 세밀한 화풍으로 구현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20여년 간 소나무에 집중한 서 화백의 이름을 전국적으로 알린 작품은 '경송장청'(단단한 소나무가 오래도록 푸르다)이다.

세월의 풍상을 견뎌온 소나무의 힘차고 거친 질감, 물처럼 굽이쳐 흐르는 나무의 탄력, 섬세하게 표현된 솔잎 하나하나에도 푸른 기운이 팽팽하게 서려있는 '경송장청'으로 서 화백은 2010년 제29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문인화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최근 인천 구월동의 개인 화실에서 서 화백을 만났다.

완성작들과 현재 진행중인 작품들이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다. 작품들에선 서 화백의 화풍인 굵직하고 강한 느낌이 여실히 전달된다. 그림만 봐선 여성의 작품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힘이 넘친다.

서 화백은 "개인전 때 한 번은 제 작품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설명을 듣던 한 관람객이 작품전을 연 작가를 만나고 싶다고 하는 거예요. 여성인 제가 그린 그림이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하시더군요"라며 일화를 소개했다.

20년 넘게 소나무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고향이 충남 당진인데, 그곳의 시목(市木)이 소나무예요.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있는 솔뫼성지를 비롯해 어려서부터 소나무들을 곁에서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이후 여러 소재로 그림을 그리다가 1993년께 매정(梅亭) 민경찬 선생의 소나무 작품을 접했습니다. 당시 선생님이 서울 청담동 화실에서 작품 활동을 하실 때였는데, 매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소나무를 그리게 됐습니다."

"소나무를 그릴 때 가장 편하다"는 서 화백은 스승의 가르침에 자신만의 색채를 더했다. 작품속 솔잎은 한올한올 생생하게 표현됐다. 이 기법은 국내에서 유일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특수붓으로 솔잎을 표현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이같이 강인함과 섬세함이 공존한 서 화백의 작품을 인상깊게 본 중국 길림예술대에선 그를 외국인 최초로 종신교수로 초빙했다.

이밖에도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지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2일에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VIP룸에 그의 작품이 걸렸다. 오는 8월 방한해 당진의 솔뫼성지를 찾을 예정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작품도 증정한다.

재능기부와 함께 지금까지 치른 18회 개인전의 수익금 중 일부를 기부해 온 서 화백은 미술 전공자 등 전문 미술인들을 위한 강의와 함께 자신의 화실과 지역 문화센터 등에서 일반 시민들과의 만남도 갖고 있다.

또한 즉석 퍼포먼스를 통한 시민과 만남도 주저하지 않는다. 서 화백은 100호에 이르는 거대한 화선지 앞에서 밑그림도 없이 일필휘지의 필력으로 소나무를 그린다.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궁금해 하시더군요. 관람객들에게 작품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시작한 것이 소나무 퍼포먼스였습니다. 서예가들의 퍼포먼스는 종종 있었지만, 한국화가들의 퍼포먼스는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행위가 한국화를 보다 많은 분들께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화의 매력에 대해 서 화백은 "수묵이죠. 인생의 모든 걸 선 하나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오랜 기간 수련 끝에 탄생한 서 화백의 소나무 작품들에선 작가의 창작에 대한 고집과 강직함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김영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