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은 상허(尙虛) 이태준이 인천을 배경으로 쓴 유일한 소설이다.

그는 '가장 나다운 글쓰기'로 단편을 꼽고 평생 59편의 작품을 남겼는데, '밤길'은 그 중 가장 어둡고 비극적이며 강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40년 '문장' 5월호와 6·7월호에 두 차례 연재됨으로써 세상에 나왔다.

이태준의 삶은 시작부터 굴곡졌다. 어려서 부모를 여읜 뒤 친척집을 전전하며 컸다. 일찌감치 친인척과 사회 냉대를 경험한 그는 문학에 기대 살았다.

이 영향으로 이태준의 문학 속에는 조금 모자라고 어리석은 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밤길'의 황서방 역시 같은 경우다. '밤길'은 시종일관 컴컴하고 우울하다.

이태준에게 당시 인천은 어떤 곳이었을까. 그가 인천에서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여기 인천에서, 채 숨을 거두지도 않은 갓 백일 넘은 아들을 제 손으로 묻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일까.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지난 4일 그가 살았던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수연산방(壽硯山房)을 찾았다. 단호박 빙수가 별미로 소문난 전통찻집으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가 돼 있었다.

이태준 연구단체인 '상허학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강진호 성신여대 교수는 "이태준은 그 자체로 뛰어난 문인이고, 그의 인생과 작품은 우리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평가했다.

/박석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