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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캡틴 박지성 선수가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은퇴 선언 및 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박지성은 25년간 질주해온 그라운드를 떠나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강승호기자 |
14일 은퇴를 선언한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33)은 특유의 헌신적인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잉글랜드), 에인트호번(네덜란드) 등 클럽과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성실한 자세로 연출한 명경기는 팬들의 뇌리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 피를로 지워버린 '대인 방어' = 박지성은 세 개의 폐를 지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세계 최고의 대인 방어 능력을 뽐냈다.
그 진수를 보여준 경기로는 맨유 시절이던 2009-2010시즌 AC밀란(이탈리아)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이 첫 손에 꼽힌다.
박지성은 이 경기에서 세계 최고의 패스마스터로 평가되는 AC밀란의 미드필더 안드레아 피를로를 모기처럼 따라다녔다.
플레이메이커 피를로가 박지성에게 봉쇄되자 AC밀란 전열은 팀워크가 무너져 오합지졸이 돼버렸다.
맨유는 원정 1차전을 3-2로 이긴 여세를 몰아 2차전에서는 4-0으로 대승했다.
박지성이 피를로를 경기장에서 피를로를 지우개처럼 지워버렸다는 얘기가 나왔다.
수년이 지난 최근에도 맨유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는 "피를로가 그날 꿈에서도 박지성을 봤을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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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열린 박지성 선수의 '은퇴 선언 및 결혼 발표 기자회견'에 예비신부인 김민지 전 아나운서가 깜짝 방문해 박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강승호기자 |
◇ 바르셀로나 중원 해체 = 패스 플레이가 세계 최고인 바르셀로나(스페인)도 전성기의 박지성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박지성은 바르셀로나와의 2007-200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놀라울 정도로 부지런한 활동량을 보여줬다.
세계 최고의 골잡이 리오넬 메시에 대한 맨투맨 마크도 찬사를 받았다.
바르셀로나는 경기의 주도권을 유지했으나 박지성 때문에 특유의 섬세한 축구를 구사하지 못했다.
맨유는 바르셀로나를 합계 1-0으로 꺾고 결승전에 올라 첼시를 승부차기 끝에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당시 영국 신문 가디언은 "박지성이 바르셀로나의 중원을 해체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박지성은 정작 결승전에는 출전하지 못했고 이는 세계 축구팬들에게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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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캡틴 박지성 선수가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은퇴 선언 및 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박지성은 25년간 질주해온 그라운드를 떠나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강승호기자 |
◇ 퍼거슨을 사로잡은 활동량 = 박지성은 에인트호번 시절이던 2004-2005년부터 이미 성실한 플레이를 꽃 피우기 시작했다.
에인트호번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8강에서 프랑스 모나코, 올랭피크 리옹을 각각 따돌리고 4강에 진출했다.
준결승전의 상대는 이탈리아의 거함 AC밀란.
박지성은 원정 1차전에서 투철한 수비 자세로 상대의 간판 미드필더 젠나로 가투소에게서 "모기 같다"는 찬사를 얻었다.
그러나 에인트호번은 0-2로 패배했다.
박지성은 홈 2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3-1 대승을 이끌었으나 에인트호번은 원정 다득점 원칙에서 밀려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알렉스 퍼거슨 당시 맨유 감독은 AC밀란과과의 경기를 지켜본 뒤 박지성 영입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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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성 은퇴. 영원한 캡틴 박지성 선수가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은퇴 선언 및 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박지성은 25년간 질주해온 그라운드를 떠나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강승호기자 |
◇ 결정적인 득점포도 다수 연출 = 박지성은 2008-200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명문 아스널을 상대로 결정적인 골을 터뜨리며 상당한 고충을 안겼다. 그런 활약상은 그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도 되풀이됐다.
맨유는 홈 1차전에서 1-0으로 이긴 뒤 다소 불안하게 홈 2차전에 들어갔다.
박지성은 2차전에서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고 기세가 오른 맨유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두 골을 보태 3-1로 완승했다.
그는 2010-2011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홈 2차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32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맨유는 1-0으로 앞서다가 디디에 드로그바에게 동점골을 맞아 위기를 맞았으나 박지성의 해결사 활약에 힘입어 4강 출전권을 낚았다.
박지성은 2010-2011시즌 울버햄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에서 멀티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0-0으로 맞선 전반 45분, 1-1로 맞선 후반 27분에 천금 같은 골을 터뜨려 당시 선두경쟁으로 압박을 받던 맨유에 숨통을 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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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성 은퇴. 영원한 캡틴 박지성 선수가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은퇴 선언 및 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박지성은 25년간 질주해온 그라운드를 떠나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강승호기자 |
◇ 태극마크 달면 '내가 해결사!' = 박지성은 '수비형 윙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공격보다 수비에 능한 요원이었다.
그러나 한국 축구 대표팀의 일원으로 나설 때면 상대적으로 짙은 공격성향을 자랑했다.
박지성은 포르투갈과의 2002년 한일월드컵 D조 3차전에서 0-0으로 맞선 후반 25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영표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가슴으로 받아 오른발로 떨어뜨려 수비수를 제친 뒤 왼발 강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박지성은 프랑스와의 2006년 독일월드컵 G조 2차전에서도 0-1로 패색이 짙던 후반 36분 조재진의 헤딩패스를 발끝으로 밀어 넣어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는 자신의 세 번째 월드컵 무대였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했다.
박지성은 그리스와의 B조 1차전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8분 중원에서 상대의 횡패스에 달려들어 볼을 가로채 단독 드리블에 이은 쐐기골을 박아 승리를 이끌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