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성 은퇴 선언. 영원한 캡틴 박지성 선수가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은퇴 선언 및 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박지성은 25년간 질주해온 그라운드를 떠나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강승호기자


14일 수원 박지성축구센터. 이 곳에는 눈물보다 웃음이 흘러나왔다.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33)은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흘러넘치는 웃음에선 후련함마저 느껴졌고, 그의 축구 인생은 여한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 25년간 정들었던 축구장을 떠난 박지성이었지만 여유가 넘쳐났다.

이날 박지성은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향후 거취와 결혼 계획 등을 발표하는 자리'라고만 공지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자들은 가벼운 걸음으로 회견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단상 앞에 놓인 10벌의 유니폼을 보고는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세류국교'라고 가슴팍에 쓰여있는 세류초등학교 유니폼에 이어 경기중학교, 수원공고, 명지대, 국가대표팀, 교토 퍼플상가, 에인트호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퀸스파크 레인저스, 그리고 다시 에인트호번 유니폼이 전시돼 있었다.

▲ 박지성 은퇴 선언. 영원한 캡틴 박지성 선수가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은퇴 선언 및 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박지성은 25년간 질주해온 그라운드를 떠나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강승호기자

박지성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유니폼들로 보였다.

테이블 왼쪽에는 그가 세류초 축구부에서 처음 신었던 검은색 축구화가 놓여져 있었다.

오른쪽에는 아직 그라운드의 흙이 채 떨어지지도 않은 주황색 축구화와 축구공이 놓였다. 

그가 에인트호번에서의 마지막 경기에서 쓴 것들이었다.

주황색 축구화 왼쪽 켤레에는 그의 약혼녀인 김민지 아나운서의 이니셜 'MJ KIM'이, 오른쪽에는 'JS PARK'이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오전 11시가 되자 이미 은퇴 기자회견임을 직감한 100여명의 취재진 앞에 박지성이 부모님을 대동하고 단상에 들어섰다.

굳은 표정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묵념을 마친 박지성은 이내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은퇴를 선언했다.

▲ 박지성 은퇴 선언. 영원한 캡틴 박지성 선수가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은퇴 선언 및 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박지성은 25년간 질주해온 그라운드를 떠나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강승호기자

박지성은 "특별히 후회되는 것은 없습니다. 단지 부상을 안 당했더라면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은퇴하게 돼서 섭섭하거나 눈물이 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밤에 눈물이 나지 않길래 '기자회견장에서는 눈물이 날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라면서 "그런데 역시 오늘도 눈물이 안 나오네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세계 최고의 명문팀에서 아시아 선수로서 이룰 것을 다 이룬 그는 현역 생활에 조금의 미련도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선수 생활 내내 괴롭혔던 무릎 부상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졌기에 이제는 후련함마저 드는 느낌이었다.

기자들과의 문답이 끝나자 김민지 아나운서가 단상 위로 올라왔다. 

사회를 맡은 박문성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박지성도 김 아나운서의 '깜짝'등장을 예고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평생의 동반자가 될 사람에게서 꽃다발을 안은 박지성은 벌써 새신랑이 된 것처럼 활짝 웃었다. 그리고 그는 제2의 축구 인생을 시작하려는 듯했다. /신창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