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시민 이용할 '땅굴' 목적
보행로 이용 많아지며 상권 조성
'신부평지하상가 준공' 시작으로
현재까지 개별지하상가 4개 운영
시설 보수 팔걷은 상인들 '눈길'


'부평지하상가는 □□□ 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 네모칸을 채울 정답은? 답은 유사시 이용할 목적으로 파 놓은 땅굴, '방공호'다.

부평지하상가가 처음 조성 될 당시에는 국가보안상 대피시설, 즉 방공호로 만들어졌고 평상시에는 교통 혼잡 방지, 보행 안전 보장 등을 위해 시민들이 오고 갈 수 있도록 했다. 인천의 모든 지하상가가 조성 당시에는 방공호로 출발했다.

인천에는 부평지하상가가 있는 부평구와 중구, 남구 등 4개 지자체에 15개 지하상가가 조성돼 있는데 이들의 탄생 이유는 모두 같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전쟁 발발 같은 사건 발생 확률이 낮아져 방공호의 필요성도 점점 옅어졌다. 반대로 방공호를 보행로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상권이 만들어졌다.

요즘은 지하상가를 보고 방공호를 떠올리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지자체 쪽에서는 지하상가를 여전히 방공호로 보고 있다.

지하상가는 애초에 면적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흘러도 점포 수에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소비 패턴이나 트렌드에 따라 휴대전화, 액세서리, 의류, 화장품, 수선집 등 다양한 업종의 점포 수가 오르락 내리락한다.

연이은 질문 하나 더. 부평지하상가는 몇 개의 지하상가로 이뤄져 있을까?

부평지하상가는 부평역과 이어진 지하상권 전체를 편하게 부르는 통칭이다. 실제 부평지하상가는 총 4개의 개별 지하상가로 이뤄져 있다.

신부평지하상가, 부평역지하상가, 부평중앙지하상가, 부평대아지하상가 등이 개별 지하상가다. 이들은 각각 법인을 세워 상거래, 상권, 지하상가 환경관리, 고객서비스 등을 실천해가고 있다.

부평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상가는 신부평지하상가다. 신부평지하상가는 1978년 8월31일 준공됐다. 당시에는 부평역과 지하상가를 곧바로 잇는 구조를 생각하지 못했다.

때문에 신부평지하상가는 부평대로상에 독자적으로 들어섰다. 아파트, 공단, 학교 등이 늘어나면서 상업시설이 필요했고, 방공호 목적과 더불어 상업시설 수요에 적정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생기면서 신부평지하상가가 만들어 진 셈이다.

이후 1986년 부평역지하상가, 1989년 부평중앙지하상가, 2000년 부평대아지하상가가 차례로 만들어지면서 현재 부평지하상가의 모습을 갖췄다.

지하상가 조성 초기에는 주요 목적이 방공호였기에 환기, 냉난방시설 등이 갖춰지지 않았다.

부평지하상가가 서울 등 타지역 지하도상가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부평지하상가 조성은 임차인 투자로 진행됐다. 투자한 임차인들은 지하상가 일부의 점유권을 분양받아 점포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은 지하상가를 오가는 시민들뿐 아니라 하루 종일 지하상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상인들을 괴롭혔다.

낙후된 시설의 보수 필요성을 느낀 부평지하상가 상인들은 스스로 시설 현대화를 진행한다. 소방, 전기, 조명, 냉난방, 환기시설, 화장실 등 각종 시설을 갖춰 이용자와 상인들의 편의를 높인 것이다.

부평지하상가는 이 공사의 비용을 상인들이 자부담하고, 시설을 다시 시에 기부채납한 뒤 유상사용허가를 받아 대부료를 내면서 영업을 이어왔다. 타 지역 지하상가의 경우 지자체 예산 등 지원을 받아 리모델링이 이뤄졌지만, 부평지하상가는 오롯이 상인들 힘으로 현재의 지하상가 모습을 만들어냈다.

상인들이 직접 지하상가 발전과 운영에 참여하면서 주인 의식이 높아졌고, 상가 발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2001년 지하도상가 관리운영조례가 만들어져 도입되면서 부평지하상가 운영을 위한 단단한 틀이 생겼고, 상인들이 지하도상가 운영에 보다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

부평지하상가가 전국에서 가장 발전되고 가장 상거래가 활발한 지하상가로 이름난 것은 독특한 운영체계가 빚어낸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자체적으로 지하도 상가를 관리하면서 상인들의 생각도 빠르게 개선됐다. 내 가게, 내 상권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뿌리내린 주인의식은 상권 발전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이른바 '고객중심경영(CCM)'이 지하도상가 운영에 도입됐고, 지하도상가 운영은 고객 쇼핑 편의, 쇼핑의 다양성 확보 등에 중점을 두고 이뤄지게 됐다.

지하상가 환경 개선도 고객 유치, 고객 서비스, 고객 편의 확보, 경쟁력 향상 등을 목적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하상가 리모델링은 약 10년에 한번씩 이뤄진다. 부평역지하상가는 2001년 11월, 신부평지하상가는 2004년 11월, 부평중앙지하상가는 같은해 11월 리모델링을 했다.

지하상가 리모델링의 핵심은 환경개선이다. 말 그대로 땅을 파 지하에 길을 만들었고, 상점가가 들어섰기 때문에 공기, 난방, 냉방 등 순환에 의한 환경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적용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더불어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상인 마인드를 갖추기 위해 다양한 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박석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