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한국의 전통 무예인 태권도가 세계의 무예로 발돋움하고 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방과후 수원시 권선구 한 태권도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다. /임열수기자
수박·국선도·탁견·수벽 등
전통무예들 태권도와 유사
잦은 외세침입에 자연 발달
한국전쟁이후 빠르게 보급
무예·교육적인 가치 중점


지구촌 사람들은 태권도가 한국의 국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태권도는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때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다. 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자국의 전통 무예를 갖고 있지만 태권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는 무예도 찾기 쉽지 않다.

아시아의 맹주 역할을 자처하는 중국의 우슈, 일본의 가라데와 함께 한국의 태권도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큰 자부심이 될 것이다.

■한국 전통 무예와 태권도

삼국사기를 비롯한 한국의 역사서에는 전통무술에 대한 많은 기록이 남아 있다. 한민족 최초의 국가라고 할 수 있는 고조선에서부터 고구려, 백제, 신라 등이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삼국시대, 그리고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태권도라는 명칭이 사용되지 않았을 뿐 전통무술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 발전해 왔다.

삼국시대의 수박, 수박희, 국선도, 탁견, 고려시대의 오병수박희, 태껸, 조선시대의 탁견, 수벽, 권법 등이 각기 그 시대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문헌에 나오는 전통 무예다. 택견은 고구려의 고분인 무용총 벽화나 신라의 석굴암 금강역사상을 보면 현재의 태권도 자세와 비슷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한반도에 국가가 탄생하면서부터 무예가 발전한 것은 외부의 침입이 빈번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외적방어라는 인간 본능에 따라 자연 발생적으로 두수공권의 형태로 발전한 게 전통 무예라고 설명한다.

조선시대에는 비로소 '태권'이라는 단어로 전통 무예를 표현한다. 조선시대 무예 훈련 교범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보면 '태권(손발)은 손발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사지와 몸의 활용법을 연마시켜 줌으로써 무예의 초보와 토대가 되어 힘을 양성해 준다'고 적혀 있다.

이는 원시시대부터 시작된 태권도가 조선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며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현대 태권도의 태동

태권도의 기원을 한민족의 국가 기원과 같이 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현재 모습의 태권도가 어느 시기부터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규제와 탄압으로 택견이나 수박과 같은 전통 무예 수련이 엄격히 제한되어 왔기에 1945년 광복과 함께 전통 무예로서의 모습을 빠르게 되찾기 시작했다.

특히 해방과 동시에 귀국한 유학생 중에서 일본에서 무예를 익힌 이들에 의해 서울을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 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6·25가 발발하면서 보급이 중단됐고, 전쟁이 끝난 후 서울을 중심으로 발전하던 태권도가 지방으로까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광복을 시작으로 6·25를 거치며 청도관, 송무관, 무덕관, 조선연무관 권법부, 중앙기독교청년회 권법부를 시작으로 현대적 태권도 도장의 등장과 기술 보급이 이뤄졌다.

태권도는 강인한 체력과 민첩한 공격, 방어의 기술 뿐 아니라 정신수양을 하고 이를 통한 훌륭한 인격을 수양하도록 유도해 무예로서 뿐 아니라 교육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현대 태권도의 모습을 구축하는 토양을 만들었다.

제 각각 다르게 불려지던 전통 무예는 1954년 명칭 제정 위원회가 구성되며 논의가 시작됐고 1955년 태권도라는 현대의 명칭이 확립된다.

당시 한국의 정통성에 바탕을 두고 기술 형태로서 발을 사용하는 데서 '뛴다', '찬다'는 뜻의 '跆'와 주먹을 나타내는 '拳', 무도를 의미하는 '道'를 합쳐 '跆拳道'(태권도)라는 명칭이 만들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의함으로써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전통무예를 익히던 모든 사람들이 동의했던 것은 아니다. 1960년을 전후해서 일본에서 수련했던 세대와 한국에서 수련했던 세대간의 갈등, 각 유파간의 세력 경쟁 등으로 인해 갈등이 일어났다.

1961년 무덕관의 황기가 조직의 구성과 명분을 세우기 위해 대한수박회를 만들어 대한체육회에 가입을 시도하는 사건도 발생한다. 명칭을 비롯해 여러가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1961년 9월 대한태권도협회의 전신인 대한태수도협회가 창설됐다.

1962년 6월 대한체육회에 가입 승인됨으로써 스포츠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고 1963년 대한체육회의 정식 경기 종목 채택, 1965년 8월 태권도로의 명칭 개칭 등의 과정이 진행된다.

/김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