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바다그리기 대회'가 지난달 31일 인천 월미도와 정서진 등 5곳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인천 등 수도권 각지에서 참가한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흰색 도화지에 저마다 바다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정성스럽게 담아내고 바다 속 세상에 대해 한껏 상상의 나래를 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는 자녀들을 옆에서 지켜보던 학부모들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주말 나들이를 겸해 행사장을 찾은 가족 단위 참가자들은 집에서 손수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눠 먹거나, 자녀들과 푸른 바다를 배경삼아 추억으로 남길 사진을 찍는 등 모처럼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퇴역경비함 1002호 학생 인기

○…서구 정서진 행사장에 모인 학생들에게는 퇴역 경비함 1002호가 단연 인기.

학생들은 정서진에 전시된 1002호가 당당하게 바다를 누볐을 옛 모습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거나, 내부 곳곳을 구경하며 연신 신기하다는 반응. 김도영(9·박촌초)군은 "바다를 지키는 배의 모습을 보니 너무 신기했다. 나도 커서 꼭 배를 타고, 우리 바다를 괴롭히는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고 싶다"는 포부. 장하나(12·경명초)양은 "그동안 바다를 지켜왔던 배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미소.

■아이들 따개비 찾으며 우정쌓기

○…모처럼 바닷가 나들이에 신난 초등학생들은 그림 그리기는 잠시 미뤄두고 따개비 따기에 열중.

월미도 문화의거리 친수공간에서 만난 오다해(7·새말초)양과 장배준(7·신광초)군은 바닷가 바위에 붙어있는 따개비 찾기에 구슬땀. 이날 처음 만나 친구가 됐다는 오양과 장군은 따개비가 모여있는 곳을 발견하면 서로 알려주고 사이좋게 나누며 우정을 과시. "소라나 조개처럼 엄마가 맛있게 요리를 해 주실 거다"는 장군은 그림 그리기도 잊은 채 따개비 찾기에 삼매경.

■선박 지나다니는 갑문은 그림명당

○…바다그리기대회를 맞아 개방된 인천항 갑문행사장 중 갑문 바로 앞은 선박을 직접 보고 그리려는 학생들이 차지. 갑문 바로 앞은 그늘이 없을 뿐 아니라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를 견뎌야 하지만, 선박을 사실적으로 그리려는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명당.

또한 수위를 맞추기 위해 선박이 30분 이상 멈춰 있다는 점도 학생들의 그림에는 도움. 류형진(인송중3)군은 "처음에는 갑문타워를 그리기 위해 이 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선박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배도 같이 그리기로 했다"며 "갑문을 통해 선박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려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음.

■참여자 "접근성 좋아져" 행사 호평

○…대회가 처음 열린 영종 하늘문화센터 행사장은 그늘이 많고 쾌적한 환경으로 학생과 학부모들 모두 대만족. 지난해까지 덕교선착장으로 가야 했던 영종지역 참가자들은 접근성까지 좋아졌다며 호응. 하늘문화센터에 온 2천500여명 학생과 학부모는 센터 광장과 옥상 등에 자리를 잡고 그림그리기 삼매경.

특히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센터 옥상 전망대에 자리잡은 학부모들은 그림 그리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귀띔. 두 자녀를 데려온 신인철(42)씨는 "그늘이 많고 시원해 그림 그리기에 매우 좋았다"며 흡족.

■무더위 피하기 캠핑장비 총동원

○…따가운 햇볕을 피하기 위한 캠핑 장비가 총동원돼 눈길. 행사장 곳곳에 자리잡은 알록달록 예쁜 색상의 그늘막 텐트는 기본, 캠핑용 의자와 접이식 테이블에 대형 그늘막과 차량 지붕 위에 설치하는 고가의 '루프탑 텐트'도 등장. 텐트를 준비하지 못한 학부모들은 나무 그늘 등 숨은 '명당'을 찾느라 열심히 발품.

■외국 궁전닮은 카페리에 눈 초롱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선착장에서 가장 인기를 끈 그림 소재는 석모도 등 인근 섬들을 오가는 카페리 '삼보6호'. 한도희(11·삼산초)양은 "예전에는 몰랐는데 삼보6호의 둥근 천장이 꼭 외국의 궁전 모양을 닮아서 예쁘게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진지한 표정으로 스케치에 열중.

금방 출항한 배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김준의(12·삼산초)양도 "삼보6호를 따라다니며 끼룩끼룩 우는 갈매기를 그리고 싶은데 쉽지 않다"며 머리를 긁적.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