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가 세월호 침몰의 아픔을 잠시 잊게 했다. 러시아와 조별 첫 경기를 치른 18일. 새벽부터 이어진 붉은 물결은 경기·인천지역 곳곳을 뒤덮었고, 세월호의 아픔을 겪었던 많은 시민들의 마음은 축구로 다시 하나가 됐다.

월드컵 사상 첫 원정 8강을 노리는 국가대표팀의 12번째 선수인 붉은악마는 어둠이 채 가시기 전부터 거리로 몰려나와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많은 시민들도 TV 앞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태극 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이날 수원 월드컵경기장에는 새벽 6시부터 학생과 회사원 등 시민 2천500여명이 몰려들어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

대형 전광판에 우리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자 환호와 격려의 박수가 터졌고,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잠시도 전광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응원단은 후반 23분 이근호 선수가 러시아 골문을 뒤흔드는 순간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6분 만에 러시아의 동점골이 터지자 아쉬움의 탄식이 나왔고, 시민들은 '다시 시작하자'며 격려의 박수와 함께 다시한번 '대~한민국'을 외쳤다.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치열하게 공을 주고받는 동안 붉은 물결로 가득 찬 수원 월드컵경기장은 모두가 하나된 축제 분위기였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도 학생과 회사원 5천여명이 지구 반대편에서 경기를 펼치는 태극전사들과 하나가 됐고, 비가 내린 평택 이충레포츠공원에서도 1천500여명의 함성이 새벽을 깨웠다.

직장인 허재원(34)씨는 "세월호 침몰 등 많은 국민들이 그동안 슬퍼했는데 축구를 통해 다시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오늘은 아쉽게 무승부였지만 다음 알제리와 벨기에 전에서도 최선을 다해 국민들 모두가 새로운 희망으로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구 반대편 브라질 쿠이아바 판타나우 경기장에는 교민과 원정응원단인 '붉은악마' 등 200여명이 태극전사들과 함께 했다.

이들은 경기에 앞서 '다시 일어서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여!'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세월호 사건으로 슬픔에 잠긴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붉은악마는 꽹과리와 징·북 등 전통악기를 이용해 응원했고 '오~필승 코리아' 등 응원가를 부르며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불어 넣었다. 브라질 시민들도 우리 응원단에 맞춰 '꼬레아'를 외치며 태극전사를 응원하기도 했다.

/강영훈기자

브라질 쿠이아바/김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