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융합고고학팀이 단군세기의 사료적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논문을 오는 27일 열리는 세계환단학회 창립회의에서 발표한다.

단군세기는 고려 공민왕 문하대신(총리)을 지냈던 이암(1297~1364)이 엮은 단군조선의 연대기다. 책 서문에는 1363년(공민왕 12년) 10월 3일 강화도 해운당에서 저술된 것으로 돼있다.

1세 단군(기원전 2333년)부터 47세 단군(기원전 295년)까지 2천년간의 실록을 기록하고 있으나 검증된 역사서가 아니라 창작물에 가깝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인하대 융합고고학팀은 그러나 중국 요서지방의 하가점하층 문화에서 발굴된 조개화폐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단군세기의 창작설을 뒤집는 논문을 발표한다.

단군세기의 5세 단군인 오사구단군 재위시절(기원전 2133년) 주조한 원공화폐 기록이 최근 고고학 발굴 성과와 일치한다는 연구결과다.

1987년 이후 카우리 조개가 이미 중국 하나라 때 화폐로 쓰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단군세기에도 이 같은 사실이 기록돼 있다.

카우리 조개는 한반도 남부 오키나와 해상에 서식하며 발해만(지금의 산둥반도와 랴오둥반도로 둘러싸인 만)에서 채집된다. 중국본토에서는 채집하기 어려운 종이다. 이 때문에 카우리 조개화폐가 고조선의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 이관홍 인하대 해양학과 교수는 "중국 본토가 아닌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라면 발해만과 한반도 지역을 주 무대로 하는 해륙문화세력(고조선)이 이 고대통화(조개화폐)를 유통시킨 주체"라고 설명했다.

단군세기가 고조선 역사의 실체를 담고 있다고 인정되면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주장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쐐기를 박는 유력한 근거로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고고학을 전공한 인하대 복기대 교수는 "단군세기가 창작이라는 기존의 학계 입장은 극단적이고 경솔한 감이 없지 않다"며 "정밀한 검증작업을 통해 단군세기 기록 중 의미있는 사실기록을 추출해 내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에는 인하대 김연성, 남창희, 이관홍, 송옥진 교수가 참여했다. 세계환단학회 창립회의는 27일 오후 2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