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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경기 트랙·롤시트 등 중요시설까지 중국산 선택
무리한 준공 맞추기·시-조직위간 불협화음도 문제
경기장 곳곳에서 나타나는 부실시공 문제는 '돈 쓸 곳'과 '아낄 곳'을 구별할 줄 모르는 행정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대상을 가리지 않는 최저가 입찰 방식이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설을 맡은 현대건설은 최저가 입찰을 통해 공사를 수주했다. 인천시는 2011년 아시안게임 예산 절감을 내세우며 5개 경기장 조성공사에 대부분 최저입찰제를 도입했다. 인천시는 이때 최저가 입찰 등을 통해 1천억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낮은 공사비에 맞춰 공사를 하다 보니 값싼 자재를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아시안게임 기간 중 가장 많은 경기가 치러지는 육상 경기 트랙마저도 중국산 자재가 쓰이게 된 것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아시안게임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 2만㎡에 롤시트를 까는 데 사용된 비용은 9억여원. 이곳 롤시트는 중국의 한 회사에서 수입해 국내 업체가 시공했다.
이 같은 비용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당시 대구시에서 롤시트를 까는 데 쓴 돈 18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대구 육상대회 경기장에는 이탈리아의 몬도사에서 제조한 '몬도트랙'이 시공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몬도트랙이 다른 트랙에 비해 탄성이나 재질이 좋다는 점 때문에 해당 롤시트를 선택했다. 육상트랙은 선수들이 매일 같이 달려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곳인데 중국산을 쓴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인천에 롤시트를 납품한 업체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고 말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세리머니'에 따른 무리한 준공 맞추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의 경우 준공식을 가진 뒤 다시 재시공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공사가 제대로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준공식을 가졌고, 결국 재시공이란 결과가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육상트랙의 얼룩은 준공식 이후 잔디를 옮기는 과정에서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롤시트를 까는 작업은 손상을 막기 위해 가장 마지막에 이뤄진다"면서도 "준공시기는 당초 정해진 기간에 따라 한 것이다. 무리하게 빨리 준공을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직위와 인천시 사이의 불협화음도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육상트랙을 재시공하게 된 표면적 원인은 두 기관 사이의 소통 부족이다. 조직위가 준공식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이곳 트랙을 재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점이 두 기관 사이 협의가 부족한 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성화대도 두 기관 사이 소통 부족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인천시가 성화대 기단을 설치한 뒤에야 조직위가 해당 기단의 위치나 규모 등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수천만원을 들여 기단을 지은 인천시는 또다시 1억5천여만원을 주고 '추가' 기단을 만들어야 한다. 두 기관 사이의 불협화음으로 성화대는 대회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설계 중이다.
조직위는 성화에 들어갈 예산이 얼마인지도 산정하지 않고 있다. 성화대는 인천시가 기단을, 조직위가 점화 부분을 각각 따로 설계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에서는 점화 부분 높이가 높을 것으로 보고 기단을 낮게 했다. 그런데 조직위에서는 운동장에서 보이게 하기 위해 기단을 높여 달라고 해 다시 짓게 됐다"며 "사전에 협의는 했는데 성화개념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