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브라질의 두 얼굴'.

2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한국 축구대표팀 미디어 숙소. 기자가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한국과 벨기에의 3차전을 앞두고 상파울루 아레나 코린치앙스 경기장으로 향하던 순간, 외교부로부터 '도심을 다닐 때 소매치기 범죄를 조심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창밖에는 월드컵 반대 시위를 하는 시위자들과 브라질 경찰들이 대치하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코린치앙스 경기장은 월드컵 개막식이 열린 곳이다. 하지만 경기장이 위치한 이타퀘라(Itaquera) 지구에 파벨라(Favela)라고 부르는 빈민촌은 치안이 좋지 않다.

때문에 브라질 정부는 관광객들의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경기장 주변에는 군과 경찰이 순찰을 돌았고, 미디어 출입구에선 노트북 및 소지품들을 철저히 검사한 후 입장시켰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3일 알제리와의 경기가 열린 포르투알레그리에선 한국인 응원단 버스에서 여권과 입장권을 도둑맞는 사건이 발생했고, 24일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중심가에서 한국인 2명이 흑인 2명으로부터 권총으로 위협을 당해 여권·카메라·휴대전화 등을 빼앗겼다. 기자도 한인 사회를 가던 도중 카메라와 돈을 도둑맞았다.

사태가 이렇다보니 월드컵 분위기로 뜨거워야 할 도심은 조용했다. 봉헤치로(Bom Retiro)에서 만난 교민 최정철(53)씨는 "브라질 경기가 열리는 날만 시끌벅적하다. 그 외에는 월드컵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교민들도 대부분 조용히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장 안에는 광적인 팬들로 축구 열기를 보여준 브라질이었지만, 일상 생활에선 강도와 소매치기가 끊이지 않는 브라질이다.┃관련기사 16·17면

브라질 상파울루/김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