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8년 도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해야할 일이 참 많았고 믿고 도와준 도민들과 공직자들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그는 30일에는 의정부에서 급식 배식 봉사로 퇴임식을 갈음한다. /김종택기자
경기 600년史 최장수 지사
수도권 '손톱 밑 가시' 뽑아
판교·광교 성공시대 이끌어
'무한돌봄' 복지사각 해소
남한산성 세계문화유산 등재
재임기간 다양한 분야 성과

7·30 재보선에 출마 고민
자리 정하고 움직이지 않아
그냥 부천시민으로…
후계 구도 잘 만든것 자랑
남경필 당선자의 연정 기대
'2할 지방자치' 보완 필요

"의원님은 현실도 모르면서 그렇게 태평한 소리만 하십니까."

일순간 조용해졌다. 날선 '돌직구'에 바라보는 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임기 마지막 경기도의회 도정질의에서 야당 도의원과 생활임금조례 도입 문제를 두고 설전을 벌였을 때였다.

'최선을 다하겠다' '검토해보겠다' 등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말도 많았을 텐데, 하긴 그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 앞에서건 유관단체 앞에서건 하고 싶은 말을 숨기지 않았다. '정치인'이라는 수식어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유력한 총리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던 그가 문창극 총리후보 낙마후 바로 다음날 출입기자들과 오찬에서 "청문회에서 걸릴게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도 정치인 특유의 기름기가 쏙 빠져있는 사람이라는 방증이 됐다.

퇴임을 코앞에 두고 만난 김 지사에게 이른바 '청문회 발언'에 대해 묻자 "의도는 그런게 아니었는데 조간신문을 보니 '건방진' 김문수가 돼 있더라"며 웃었다. 이날은 마침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이 결정된 날이기도 했다.

최장수 경기도지사로, 대권 후보군으로, 때로는 이슈메이커로 시선이 뜸할 날 없던 그였던 만큼 8년 도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도지사 이후의 행보를 궁금해하는 눈길도 늘었다. 누군가는 7·30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 재입성을 노린다고 했고, 누군가는 잠시 숨을 고른후 당권에 도전한다고 했다.

"백수예요. 그냥 부천시민." 김 지사의 답변은 짧았다. "손학규 전 지사는 재보선에 나선다는 얘기가 많고, 이인제 전 지사는 당 대표직에 도전한다. 퇴임하면 역대 도지사중 저만 백수인데 큰일"이라고 말했다.

"자리를 정해놓고 뛴 적은 없다. 고민은 해봐야겠지만 어쨌든 집으로 가야하지 않나. 이게 바로 제 행보"라고 덧붙였다.

#바람 잘 날 없던 8년, '세계속의 경기도'를 만들다


지난해말 도 안팎의 최대 관심사는 김 지사의 3선 도전 여부였다. "경기도 600년 역사에서 가장 오래 일한 도지사다. 8년이면 충분하다"는 게 올해초 장고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김 지사의 말처럼 그는 무려 8년간 경기도를 이끈 최장수 도지사다. 도시와 농촌, 접경지역과 해안·산간지역이 어우러진 '작은 대한민국' 경기도를 두루 발전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국민 4명중 1명꼴의 민생을 책임져야 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만큼 김 지사의 8년 도정 곳곳은 가시밭길이었다. 진보교육감 체제의 경기도교육청과 무상급식·학교용지분담금 문제 등으로 삐걱거렸고, 텅빈 도 곳간 사정으로 여소야대 경기도의회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잊을 만하면 누리꾼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일들도 왕왕 벌어졌다. 소방서 관등성명 요구 논란으로 TV 개그 프로그램의 패러디 대상이 됐는가 하면 최근에는 세월호 사고 관련 SNS글이 도마에 올랐다.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이었다.

그러는 동안 경기도는 '세계속의 경기도'로 거듭났다. 김 지사가 2006년 도에 입성할 때부터 관심을 기울여온 남한산성은 8년만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공장을 떠나게 만드는 고질적인 수도권 규제를 풀기 위해 앞장서며 '손톱밑 가시 뽑기'의 대표주자가 됐다.

판교테크노밸리·광교신도시는 도를 지탱하는 또다른 기둥이 됐고, 북부권은 김 지사의 구상을 발판삼아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평화통일의 상징지역이 됐다.

보트쇼·항공전 등으로 경기도를 부지런히 알리고, G마크 농축산물·GG콜택시·G버스 등 각 분야에서 더 편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택시기사 도지사로 이목을 끌더니 24시간 도움이 필요한 누구에게나 손을 내밀겠다는 '무한돌봄사업'으로 복지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건국 이래 최대 투자 규모라는 삼성 평택 고덕 산단 유치를 비롯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굵직한 사업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6월 30일 그의 감회가 남다른 이유일 터다.

"해야할 일이 참 많았다. 믿고 도와준 도민들과 공직자들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회를 밝힌 김 지사에게 아쉬운 점을 묻자 주저없이 "지방자치를 2할 자치상태로 두고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년을 맞은 지방자치에 권한도, 돈도 없다. 새로운 여야 단체장들이 이 점만은 하나로 뭉쳐 개선해 줬으면 한다"는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시종일관 뜨거웠던 8년을 매듭짓는 것 치고는 의아하리 만큼 조용하다. 마지막 주말, 아침부터 택시 운전대를 잡고 묵묵히 수원시내를 다녔던 그는 30일에는 급식 배식 봉사로 퇴임식을 갈음한다.

8년간 힘을 실어준 도민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 대접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마음에서다. '저는 그냥 부천시민'이라는 그의 답변과도 맞물린 담백한 마무리다.

#재보선 전망 '쉽지않네'…남경필 당선자 경기도정 잘 이끌 것

그의 '귀거래사'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관심은 김 지사가 언제 서울 동작구로 향하는지에 쏠려있다. 7월 재보선이 120일 앞으로 다가온 지난 3월 "임기를 채우겠다"는 그의 다짐에 경기지역 출마를 점쳤던 이들의 예상도 보기좋게 빗나갔다.

선거법상 120일전 단체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해당 지역에서의 출마가 불가능해, 경기지역외 유일한 수도권 재보선 대상지인 서울 동작을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다. "부천이 아니라 동작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지사는 외려 "재보선이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반문했다.

수원에서만 3곳에서 재보선이 치러지는 만큼 8년 수원 팔달구민으로서 관심이 간단다. 이날 그는 '평범한 도민' 김문수를 강조했을뿐 재보선 행보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었다.

"전망조차 쉽지 않은 선거다. 그래도 제가 도지사로 있던 곳인데 모든 후보가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않겠나"라고 한달 앞으로 다가온 재보선을 평한게 전부였다.

남경필 당선자에 대해서는 "후계구도를 잘 만든게 요새 제 최대 자랑거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출어람이다. 상생의 정치를 위해 연정을 제안하지 않았나. 기대가 크다.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인일보에 대해 "도지사를 배출한 언론사 아닌가. 어디서든 애독할 테니 경기도 대표 언론으로서 지방자치가 우뚝 설 수 있게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하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29일 퇴임 하루 전 김 지사는 '서울 동작을 공천 유력'이라는 언론기사에 아침부터 또한번 '뜨거운 감자'가 됐다. 그가 택시기사 도지사로서 마지막 운전대를 잡은후 동료기사와 뜨거운 국물로 허기를 달래고 있던 때였다.

글 = 강기정기자
사진 = 김종택기자